[도쿄(일본)=아시아경제 이금준 기자]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조용필의 목소리는 '따뜻한 벼락' 같다고. 일본에서 만난 '가왕'은 정말 그랬다. 그의 거침없는 고음은 시원하게 폐부를 찔렀고, 농익은 목소리는 따스한 감성으로 듣는 이들의 가슴을 감싸 안았다.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은 7일 밤 일본 도쿄국제포럼홀에서 콘서트 '원나잇 스페셜(One Night Special)'을 열고 현지 팬들과 뜨거운 호흡을 나눴다. '가왕'의 공연은 차원이 달랐다. 가수와 관객이 진심을 함께했기 때문이었다.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일본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도쿄국제포럼홀에 모인 수많은 관객들은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공연 전부터 설렘을 가득 품은 팬들은 환한 표정으로 축제를 즐길 준비를 마쳤다.'가왕'이 모습을 드러내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환호로 가득 찼다. 특별한 말은 필요치 않았다. 콘서트의 시작부터 조용필과 객석은 '음악'으로 하나가 됐다. '가왕'과 그의 팬들이기에 가능했던 모습이었다.'미지의 세계'와 '단발머리'로 공연의 포문을 연 조용필은 "곰방와"라며 고개를 숙였고, 4000여 관객들은 커다란 함성으로 '가왕'을 맞이했다. 조용필은 "15년 만에 일본을 찾게 돼 한없이 기쁘다"고 일본어로 감격을 전했다.
조용필은 '걷고 싶다'를 비롯해 '널 만나면', '설렘' 등 정규 19집 앨범 수록곡으로 일본 관객들을 만났다. 아울러 '고추잠자리', '못찾겠다 꾀꼬리', '친구여' 등 히트곡도 빼놓지 않았다.특히 이번 '원나잇 스페셜' 공연에는 한국과 일본 최고의 연출진이 총 출동했던 만큼 화려한 무대 연출이 돋보였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도트 이미지'는 조용필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냈다. 김서룡 감독을 비롯한 총 40여 명의 국내 연출진이 일본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와 더불어 일본 공연계를 대표하는 야마토 팀이 협업, '가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콘서트를 탄생시켰다.일본 관객들을 위한 조용필의 배려도 빛이 났다. 그는 '추억의 미아'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비롯해 '바운스(Bounce)', '창밖의 여자', 그리고 '헬로(Hello)'를 일본어로 선사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부터 시작됐다. 진한 내레이션으로 객석을 집중시킨 조용필은 '모나리자'에서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그대여'와 '여행을 떠나요'가 잇달아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정해진 시간이 모두 지났지만 콘서트의 여운은 관객들의 가슴 깊이 남았다. 하마다(여, 64)씨는 "영혼을 담아 노래 부르는 모습과 뛰어난 가창력, 표현력이 조용필의 매력"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자신을 "1982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조용필이 일본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의 팬"이라고 밝힌 사노(여, 66세) 씨는 "올 해 직접 서울을 방문해 공연을 관람했다. 조용필이 15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또 멀리 교토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동경을 방문한 마츠모토(여, 42) 씨는 "도쿄에서의 1회 공연이 아쉽기만 하다"면서 "좀 더 자주 일본을 방문해 일본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어느덧 이순을 훌쩍 넘긴 조용필은 언젠가 "가수의 생명은 목소리의 밝기라고 생각한다. 이를 잃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음악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바로 지금의 '가왕'을 만든 원동력이었다.열도에서도 여전히 '젊은 오빠'로 마이크를 쥔 조용필. '가왕'의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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