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미이관 경위 확인 뒤 관련자 사법처리 수순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지난 2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통보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4일)을 포함해 최대한 일찍 나와 달라는 뜻을 문 의원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봉하 e지원에서 찾은 이른바 ‘복구본’과 ‘발견본’ 2개의 회의록의 법적 성격을 대통령기록물로 잠정 결론 내고, 회의록 삭제 및 국가기록원 미(未)이관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 수위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그간 봉하 e지원 구축에 관여한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등 참여정부 인사들과 2007년 회담에 동석하고 이후 회의록 ‘국정원본’ 생산·관리에 관여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 당시 회담에 동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화를 녹음하고, 이후 국정원이 푼 녹취록 등을 토대로 회의록을 작성해 e지원에 등록하고 국가기록원 이관 실무에도 관여한 조명균 전 외교안보비서관도 최근까지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참여정부 측은 이들 회의록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과 수정본으로, 고의적으로 이관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초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재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며 결재하지 않았고, 수정본은 국가기록원 이관을 위한 재분류 과정에서 e지원 초기화 작업과 맞물려 조 전 비서관 등의 실수로 빠졌다는 것이다.검찰은 앞서 1개 회의록의 경우 삭제된 흔적을 찾아 복구했다고 발표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그러나 e지원 초기화 이후인 2008년 2월 미결재 상태의 표제부만 삭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100여건의 삭제 문서엔 대통령 친인척의 사생활 및 공직후보자 인사검증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이관 대상에서 빠진 2개 회의록 등이 e지원을 통째로 복사한 봉하 e지원에는 그대로 담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회의록 삭제 및 미이관 경위를 소상히 알고 있는 참여정부 인사가 드물어 당초 30여명으로 예정한 소환 조사 대상을 상당 부분 축소하면서도 당시 비서실장으로 국가기록원 이관 과정을 총괄한 문 의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결론 냈다.문 의원은 앞서 지난달 "검찰은 짜맞추기 수사의 들러리로 죄 없는 실무자들을 소환해 괴롭히지 말고 나를 소환하라"며 자진 출석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 의원은 이번 검찰 출석 요구에도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당장 4일 출석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5~6일께 문 의원을 불러 미이관 경위 등에 대한 확인을 마친 뒤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수사결과를 정리해 발표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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