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그룹 선임연구원
전 세계 192개국 대표와 국제기구, 민간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0년 10월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해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생물자원을 보유한 국가와 개발 국가가 공유하기 위한 지침이 담긴 국제협약이 체결됐다. 바로 나고야 의정서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통보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유전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한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에 대해 상호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이나 그 이외의 국가에 기원을 둔 한약재를 통해 약물을 개발했을 경우 해당국과의 계약을 통해 허락을 받아야 하고,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해당국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제품 자체 개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최근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세계 각국은 생물유전자원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물자원 보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자국의 이익 보호에 나섰다. 특히 대표적인 자원 공급자인 중국의 경우 중약 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고 올해 초 중의약자원센터를 신설해 대대적으로 연구 인력과 물적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도 대표적인 생물자원인 한약자원에 대한 관리 및 활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6월 한약자원그룹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한약자원을 발굴ㆍ보존 및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또한 연구원은 약 8000여점의 약재표본과 식물표본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축한 한약표준표본관을 '세계식물표본관 총람(Index Herbariorum, 이하 IH)'에 등재하면서 국제 인증을 받았다. 연구원은 2006년부터 '한의본초 활용기반 구축사업'을 통해 국내외 한약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기원식물 표본을 확보에 노력해왔다. 한약표준표본관은 다른 표본관과 달리 한약재로 사용되는 기원식물의 식물표본과 그 식물이 약재로 가공되었을 때의 약재표본 그리고 혼ㆍ오용되는 기원식물을 비교해서 보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국가별로 기원 규정이 다르거나, 정품ㆍ위품의 판별이 필요한 한약재의 기원식물을 함께 비교할 수 있도록 보관ㆍ전시하고 있다. 한약표준표본관 구축은 20세기 초 우리나라에 채취 및 재배되는 본초자원이 500여종에서 현재 50여종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국내 한약자원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이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시작됐다. 이제까지 한약재를 기반으로 한 표본관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 한약표준표본관은 한약 관련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표본관을 구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단계별 및 연도별 계획을 수립하고 생물종의 다양성 확보에 노력해야한다. 한약자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약자원의 수집 및 분류ㆍ동정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이를 한약표준표본관과 함께 체계적으로 관리해야한다. 또한, 한약표준표본관의 표본자료를 관련 연구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표준화 자원 활용체계 구축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한약자원 관리의 경우에 식물에만 국한된 경향이 있는데, 한약자원의 의미에 대해 좀 더 넓게 생각한다면 버섯처럼 진균류 중에 이용가치가 높은 한약재도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충화초, 복령, 죽복령, 천마, 송이버섯 등 식물에 기생하는 균사체 같은 미생물도 충분히 한약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과 미생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약재의 대량재배 기술에 대한 연구 및 개발도 필요하다. 한약자원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면서 자원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안정적으로 한약을 공급할 수 있는 연구를 비롯하여 국내 한의학 연구 및 산업의 발전을 위해 세계전통의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21세기 생물자원을 활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인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어 생물유전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모든 생물이 자원이 될 수 있는 경쟁력 높은 머니벌 허브(Moneyble Herb) 즉, 창조적이고 돈이 될 만한 한약자원이 개발되길 기대해본다.강영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그룹 선임연구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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