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내다보면서 뒤로 계획을 짜는 법을 배웠다." 영어 매체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기사를 읽다가 마주친 말이다. 계획을 뒤로 짜다니, 무슨 말인가. 도통 뜻이 닿지 않았다. 구글 신세를 졌다. 한 웹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방식에서 사람은 둘로 나뉜다. 첫째 유형은 막연한 목표를 정해두고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추진한다. 둘째는 구체적인 목표와 달성 시기를 잡은 뒤 그로부터 역산해서 시기별로 무엇을 한다는 단계를 밟아나간다. 둘째 방식은 목표로부터 거꾸로 할 일을 정한다고 해서 '역방향 계획하기'(backward planning)라고 불린다. 그 CEO가 배웠다고 한 방법이다. 첫째는 '순방향 계획하기'(forward planning)라고 한다. 나는 어떤 유형인가. 마라톤으로 되돌아봤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지만 내 기록은 4시간 언저리를 맴돈다. 난 대회를 앞두고 목표를 정하고 기간별로 계획을 짜서 실천한 적이 없다. 상황에 맞춰서 연습했지, 상황을 통제하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예컨대 술자리를 피하거나 덜 마시는 대신 술을 잔뜩 마신 뒤 다음날 취중에 달리곤 했다. 목표가 없으니 그 목표에 이르는 계단을 정해놓지 않았고, 계단을 오르지 않았으니 중간 성취도를 평가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난 대회에 임박해서도 완주 목표 시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동호회에서 함께 연습하는 한 분은 '도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도사는 마라톤에 지난해 입문했다. 그는 올해 풀코스 완주 시간을 3시간 40분으로 잡았다. 지난해 기록보다 한 시간 가까이 줄여 잡은 목표다. 그는 이 목표에 따라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어김없이 실행에 옮겼다. 최근 풀코스 대회 당일에 도사가 동호회 사람들에게 제안했다. "오늘 완주 목표 기록을 각자 얘기한 뒤 누가 가장 근접했는지 내기하자." 그는 3시간 41분에 완주해 목표에 가장 가까이 달렸다. 그 자리에서 내가 급조한 목표와 실제 기록은 7분 차이가 났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면 목표가 없으면 계획도 없고, 계획이 없으면 측정할 수 없다. 고로 관리할 수 없다. 이 말을 뒤집어 실행하면서 도사의 뒤를 따를 참이다.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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