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중 마흔 쯤이면/첩첩산중에서 법화경이/그 중 읽을 만한 걸/흥얼흥얼/갖은 양념 갖은 청승 다 떨어/經 바치로/밤 한 나절 지내다가/밤바람소리 멀기도 하다./문득 촛불 울자/천정 정수리 거미가 내려온다.//거미야/네 줄은 곧다./내 이마 앞에 내려와 멈춘 거미야/가장 오만한 겸허!/너로 하여금/너로 하여금/이까짓 법화경 보문품 덮어버리고/이 밤중 저 밤바람소리에/내 정신 전체 달려가게 하라./달려가서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고은의 '사십'■ 1253년 일본의 스님 니치렌은 법화경이야말로 부처의 궁극적인 가르침을 포함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뒤 '법화경에 귀의하라(나무묘법연화경)'고 외쳤다. 왜냐하면 그 이전의 경전들은 여자와 천한 사람은 부처의 경지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치렌은 나무묘법연화경(일본어로는 '남묘호렌게쿄')이란 주문만 외워도, 불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시골의 앞집 아주머니는 젊은 시절 남편이 돌연사하는 바람에 큰 집안을 이끌어야 하는 과부가 됐다. 그 충격과 슬픔을 이기려 남묘호렌게쿄를 읊조렸다. 묘법이란 '묘'의 깨달음과 '법'의 미혹이 공존하는 것이며, 연화(연꽃)는 꽃과 열매가 공존하는 꽃이다. 원인과 결과의 공존을 함의한다고 한다. 인생 마흔살이면 업(業)을 살필 나이다. 보살행을 생각할 나이다. 타인의 고통을 줄여주고 타인의 기쁨을 늘려주는 실천으로 자기의 깨달음을 구하는 게 보살행이다. 딱 멈춘 거미와 밤바람소리를 생각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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