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信을 잃다

디폴트 위기 이후 위상 추락…한꺼번에 이탈하진 않을 것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미국 국채의 위상이 연방정부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흔들렸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미국 국채의 디폴트 위험이 내년 2월 시한이 다가오면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미국 국채가 예전의 신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전했다. FT는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공방과 디폴트 위험이 미뤄진 데 불과하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매입에 대해 이전보다 더 신중해지는 전환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더블라인캐피탈의 그레고리 화이틀리는 “단기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것은 안전성과 유동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TD증권의 이코노미스트 에릭 그린은 “세계 투자자들은 미국 정치가 작동하지 않음을 충분히 지켜봤다”며 “미국 국채로부터 후퇴는 일시에 일어날 수는 없지만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투자자문사 스워드피시 리서치의 설립자 개리 젠킨스는 "부채한도 논쟁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중국과 다른 나라 정부가 미국 국채 비중이 너무 크고 이를 축소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지 모른다“고 말했다. 젠킨스는 이는 미국 국채 수요 감소와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한 상향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동안 미국 국채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고 담보로 인정되는 가치가 깎이는 수모를 당했다. 중국 신용평가회사 다궁(大公)은 미국이 디폴트 위기를 넘긴 다음날인 17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등급 낮췄다. 미국 국채 발행 잔액은 12조달러 규모고, 이 중 절반 가까이를 해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중국 보유액은 1조2800억달러, 일본은 1조1400억달러에 이른다. 세계 주요국 국부펀드와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보유 축소는 출구전략을 계기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출구전략에 들어가면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로 뒷받침됐던 채권 값이 하락세를 탈 것이고, 이에 대응해 미국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는 그 비중을 낮추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과 일본 같은 큰 손은 미국 국채 물량을 많이 내놓을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까봐 염려하는 입장이다. 대량 매도는 미국 국채 가격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그렇게 되면 보유한 미국 국채 가치가 더 줄어들게 된다. 포트폴리오의 미국 국채 비중을 그대로 두기도 걱정스럽지만 변화를 주기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또 미국 국채를 팔고 대신 취득할 자산이 마땅치 않다는 측면이 있다. 도이체방크의 환율 전략 책임자 도미니크 콘스탐은 “기축통화인 달러에는 아직 경쟁자가 없다”며 “국채 보유자는 덫에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가 미국 국채 외에 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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