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KB국민은행이 비정규직도 행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무기계약직 형태로 근무 중인 창구 텔러 및 콜센터 직원, 사무업무 직원 4200여명을 차별없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금융권 최초의 파격적인 시도다. 대신 추후 비정규직 인력은 채용하지 않는다. 국민은행은 17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이건호 은행장과 박병권 노조위원장이 계약직 사무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정규직 전환을 원하는 계약직 사무직원은 별도 전형 없이 신청만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번 조치가 파격적인 건 대상 직원들이 '진정한 의미의 정규직'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전 금융권의 정규직 전환 사례를 보면, 계약직 사무직원들은 모두 무기계약직이 됐다. '시한부 인생'에선 벗어났지만, 회사는 별도 직군으로 이들을 관리했고 급여 체계도 달랐다. 승진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정규직 전환 인력은 대개 영업점의 빠른 창구와 고객상담센터, 본부 및 후선 사무업무 등에 제한적으로 배치됐다. 정규직을 지원하는 업무들이 대부분이다. 국민은행은 이런 차별을 모두 혁파하겠다고 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모든 직원은 특정 분야가 아니라 은행 전 분야의 업무를 정규직과 같이 수행하게 된다. 임금이나 승진에 차별도 사라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인력을 실무교육 뒤 은행 업무 전 분야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아울러 현재 'L1~L4' 직급의 정규직 체계도 'L0 ~ L4' 직급으로 확대한다.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력은 우선 L0 직급에 배치하지만, 자격평가시험 등 일정자격을 충족하면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비정규직 출신 행장도 나올 수 있는 구조다. 국민은행은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연·월차 의무 사용을 통해 흡수할 계획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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