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신용교육 전문가 양성과 확대

▲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20대 중반의 여성 K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해 월급을 받기 시작했다. 자연히 신용카드도 발급받게 됐다. 영화관 할인과 할부 기능은 그녀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사고 싶은 물건을 쉽게 얻게 해주는 카드의 매력이 헤어날 수 없는 마력으로 되어갈 때쯤 이미 카드 3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씀씀이를 쉽게 줄일 수 없어 카드대금이 점차 불어나면서 이율이 높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아 카드대금을 결제하기에 이르렀다. 시간이 흐를수록 빚은 늘어만 갔고 결국 연체가 되자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왔다. 그녀는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신용교육을 받았더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 잔액은 980조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하며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연착륙 대책을 꾸준히 시행해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감소했지만, 거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부채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도 항시 존재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관심은 실질적인 측면에서 신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관리로 표출돼야 한다. 가계부채로 인한 문제를 미리 막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신용교육이 필요하며, 이미 신용이 하락한 사람에게는 신용상담을 통해 신용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채무조정이 확정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채무조정 합의서를 체결하기 전에 신용교육을 실시한다. 교육 대상자들 중 이전에 신용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특히 진작 신용교육을 받았더라면 신용이 저하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했으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의 신용에 대한 이해력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향후 신용카드나 고금리 대출을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이는 올바른 지출습관이나 신용관리방법 등에 대한 이해력의 부족에 연유한다 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이를 위해 신용부실 예방차원에서 신용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채무조정 확정자뿐 아니라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지난 10여년간 370만여명에게 신용교육을 했다. 가계부채로 고민하고 있는 채무자들에게 부채관리, 신용관리, 재무관리, 적합한 채무자 구제제도 등을 안내하기 위해서는 심층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전문가가 필요하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이런 전문가 육성을 위해 매년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신용상담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오는 20일에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신용상담사 자격시험이 진행된다. 매년 그렇듯이 올해도 900명이 넘는 인원이 시험을 보겠다고 신청을 했다. 신용관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직은 민간자격증이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시험 내용의 중요성을 감안해 국가공인자격 인증 획득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용상담과 교육을 담당할 전문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이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신용상담사 자격을 국가공인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9월11일 서민들의 금융이용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서민금융총괄기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 설립될 기구는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강화뿐 아니라 신용상담 기능을 확충하기 위한 신용교육과 상담의 허브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푸블릴리우스 시루스는 "신용을 잃은 사람은 더 잃을 것이 없다"며 신용의 중요성을 직설적으로 설파했다. 우리나라의 자녀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데, 그에 맞게 신용교육도 최고 수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 자녀가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기를 희망한다면, 재산을 물려주기보다 어려서부터 신용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더욱 좋겠다.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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