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지난달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일본공인회계사협회는 서울에서 한일 연례회의를 가졌다. 한일 양국 회계사 대표들이 매년 한국과 일본을 번갈아 개최해 왔는데 올해로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번 연례회의에서 다뤄진 주제는 '회계 투명성과 감사품질 향상'이었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회계감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와 고민도 엇비슷하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몇 년간 회계감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미국, EU 등 회계선진국에 비해 감사보수가 낮고 이에 따른 감사투입시간도 짧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와 더불어 감사품질 향상을 위해 양국 대표들은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모리 키미타카 일본 공인회계사협회 회장은 일본은 회계감사 품질을 사회적 요구에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실제 감사투입시간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모리 회장으로부터 일본 회계업계의 현실적인 고충과 협회 차원의 노력에 대해 들으며 우리 회계업계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회계 투명성 제고와 함께 적정 감사시간 투입과 회계감사 품질 유지, 이에 따른 적정보수 문제가 양국 모두의 공통된 고민거리이자 관심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필자는 작년에 공인회계사회장으로 취임 이후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한국공인회계사회 차원에서 활발한 노력과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회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영리 공공부문에 대한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인회계사 재능기부를 통한 세무ㆍ회계 멘토링 사업을 펼치고, 회계ㆍ세무 실무자 양성을 위한 자격시험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회계 인프라 확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직 우리사회에 '회계는 어느 정도 불투명해도 된다'는 너그러운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모든 경제주체에게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정보 유통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회계의 주체인 기업은 회계에 관련된 제반활동을 비용이 아닌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 공인회계사들도 기본 업무인 감사인으로서 충분한 감사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감사품질을 최고수준으로 유지하며 기업의 투명경영을 돕는 일에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반인들이 공인회계사를 회계 전문가로만 아는데, 실제로 이들은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서비스와 경영컨설팅 등 경영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공인회계사뿐만 아니라 정부도 투명경영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회계 투명성 확산을 위해 세무조사 유예, 은행 대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회계는 경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숫자이자 거울이다. 거울에 얼룩이 지면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없는 것처럼 불투명이라는 얼룩이 끼면 기업의 정확한 모습을 보기 어렵다. 경영이 투명해지려면 투명한 회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하늘의 그물'에서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 둘 떼지어 빠져나갑니다"라고 말했다. 투명한 회계가 투명한 경영을 위해 만능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투명 회계는 빠져나가기 어려운 하늘의 그물처럼 적어도 이해관계자에게 꼭 필요한 요건이자 건강한 경제사회로 가는 출발점이다.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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