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택시 12일 새벽부터 기본요금 3000원으로 인상약속한 서비스 개선은 뒷전··여전한 '승차거부'시민들 "요금만 오르고 개선된 건 없어" 실망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서울지역 중형택시의 기본요금이 12일 새벽 4시부터 3000원으로 인상됐다. 600원이라는 다소 큰 폭의 인상을 두고 시민들의 우려가 나오자 지자체 및 택시회사는 서비스 개선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던 약속은 하루를 넘지 못하고 깨졌다. 택시요금 인상 첫날인 12일 토요일에서 13일로 넘어가던 새벽 1시께. 지하철과 대부분의 버스가 운행을 중단한 탓에 많은 시민들이 택시를 잡으려 대로변에 나와 손을 흔들고 있었다. 2호선 홍익대 역 앞 도로에는 '빈 차'라는 점등이 켜진 법인·개인택시가 줄줄이 이어졌지만 손만 흔들거나 창문을 내린 채 잠시 얘기만 나누다 갈 뿐, 한 번에 택시 뒷좌석을 꿰차는 시민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발을 구르거나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13일 새벽 홍대입구역 앞 대로변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
손님의 목적지를 듣고 운행을 거부하는 '승차거부'가 약속과는 딴판으로 만연하게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친구들과 홍대 앞을 찾은 대학생 권현주(23)씨는 "20분 전부터 택시를 잡고 있는데 목적지로 흑석동을 말하니 계속해서 승차거부를 당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현기(28)씨도 "요금이 오른 것을 알고 있어서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나오려다 혹시나 하고 늦게 나와봤는데 기대를 했던 게 잘못"이라며 허탈해했다.
▲많은 택시들이 '빈 차' 점등을 켜고 있지만 대부분 승객을 태우지 않은 채 지나치고 있다.
승객과 기사 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김영도(26)씨는 "택시에 일단 타고 목적지를 말했더니 기사가 내리라고 해서 버텼는데, 뒷좌석 문을 다짜고짜 열고 일행을 끌어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택시기사는 "주어진 영업시간에 더 멀리 가는 사람을 태우는 게 당연한 건데 그게 왜 문제가 되냐"는 반응을 보였다. 홍대 앞 양 대로변에는 '서울' 번호판을 달고 경기도 지역으로 가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호객행위에 나선 기사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한 택시기사는 "시계외요금이 다시 생기기도 했고 서울 시내를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 기다렸다 멀리 가는 손님을 한 번 태우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손님의 목적지를 확인하는 택시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이날 홍대 앞 대로변은 새벽이 지난 시간임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심한 교통체증을 보였다. 일부 택시는 원하는 목적지의 손님을 태울 때까지 '예약' 등을 켜놓는 얌체행동을 하기도 했다. 택시요금이 오르는 걸 미처 인지하지 못한 시민들의 혼선도 빚어졌다. 황윤지(22)씨는 "요금이 오른다는 걸 내릴 때가 돼서야 알고 당황했는데 기사가 좌석에 붙은 조견표를 읽어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며 "안내표가 붙어 있어도 탈 때 요금이 올랐다는 걸 미리 얘기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 안에 비치된 요금조정 안내 및 조견표
기대했던 서비스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택시기사들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10년 넘게 택시운행을 해 온 한 기사는 "법인택시 월급제가 시행되고 몇 가지 개선안을 내놨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택시가 많은 이상 하루에 12시간을 뛰어도 200만원을 못 가져가는 현실은 여전히 똑같다"며 "하루하루 먹고사는 사람들한테 서비스 좋게 하라고 해봐야 누가 그걸 듣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법인 택시기사는 "법인택시의 경우 원하면 하루 만에도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직업윤리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단기간에 변화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민들은 택시가 공공재 성격을 가진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기사들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와 보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서비스 개선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회사원 권혁기(32)씨는 "다른 택시기사들도 다 승차거부를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하냐는 생각을 하는 이상 이런 상황이 근절되기는 힘들지 않겠냐"며 "법인이나 개인택시 등에 일정 부분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인식과 진입장벽을 좀 더 높이는 대책이 같이 시행되지 않는 한 우리가 기대하는 서비스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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