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최근 김택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와 현승민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역학연구실 박사 공동연구팀은 그동안 측정하기 어려웠던 나노박막의 강도, 탄성 등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번에 나노박막의 측정을 가능하게 해준 아이디어는 놀랍게도 '소금쟁이'로부터 착안됐다. 연구팀은 소금쟁이가 물의 표면 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것을 보고 금나노박막을 물 표면에 띄우면 기계적 물성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이 기술은 다양한 종류의 나노박막 뿐만 아니라 두께가 수 나노미터에 이르는 박막의 기계적 물성까지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금쟁이에서 착안된 연구방법처럼 자연의 생태계에서 기술 개발의 모티브를 찾는 일은 꽤 역사가 깊다. 최초로 '생물모방'이라는 용어를 창안한 과학자는 50년대 후반 독일계 미국인 신경생리학자인 오토 슈미트다. 그는 신경시스템에 의한 신호처리를 모방한 전기회로인 '슈미트 트리거'를 발명했다. 신체의 신경전달경로를 관찰해 입력신호에서 소음을 제거해 구형파로 변환시키는 장치를 창조한 것이다. 일본의 신칸센 고속전철 탄생배경에도 역시 숨겨진 자연모사 기술이 있다. 고속전철을 개발할 당시 일본의 JR사는 전철의 둥근 앞부분이 터널을 빠져 나갈 때 변하는 공기 압력으로 음속 폭음이 발생하는 현상을 해결하려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물총새가 밀도가 다른 공기층에서 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물방울이 잘 튀기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적용해 앞부분의 디자인이 변경된 고속전철은 소음이 대폭 줄었으며, 15% 적은 전기로 10%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됐다.지저분하다는 것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는 거미줄도 과학자의 예리한 눈을 통해 보면 놀라운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거미줄을 자세히 살펴보면 소호장선사와 대호장선사, 편장선사로 나눠지는데 첫번째는 거미집 건설 재료로, 두번째는 거미줄을 칠 때 뼈대과 이동을 위한 안전선을 만드는 역할을, 마지막으로 편장선사는 포획사로 거미집이 충격을 흡수하고 포획된 먹잇감을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각기 다른 모양의 거미줄은 장력 또한 다른데 실험 결과 대호장선사가 가장 튼튼하고, 편장선사는 원래 길이보다 두 배나 늘어날 수 있는 특성이 있었다. 거미줄은 현재 나일론, 실크, 울 등 다양한 섬유재료에 응용되고 있다. 자연속에서 최적화된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공학적으로 모사하는 방법은 지속가능한 기술을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또, 환경친화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농립수산식품부 등 각 부처별로 자연보사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을 모사한 기술은 무한한 개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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