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차기 의장으로 재닛 옐런 현 부의장을 공식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지난 7월 하순부터 연준 의장에 옐런이 아닌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지명하고 싶다는 뜻을 비쳐왔다. 그러나 서머스는 여론과 언론에 의한 검증 과정에서 월가 금융계에 유착해 있다는 등의 비판을 극복하지 못했고, 지난달 중순 자진 포기를 선언했다. 청문회 등 의회의 인준 절차를 통과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옐런은 무난히 인준 절차를 통과해 내년 1월 말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에 이어 연준 의장에 취임하게 될 것 같다. 마침 우리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내년 3월 말로 끝나 후임자를 찾기 시작할 때가 됐다. 한은 총재는 연임이 가능하지만 실제 연임의 전례는 1970년대에 한 번밖에 없었다. 게다가 김 총재의 연임에 대해서는 한은 안팎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는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적 운용보다 정부와의 정책공조에 치우치고 경제상황 대응에 순발력이 미흡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한은 총재를 교체한다면, 미국의 연준 의장 지명 과정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자 인선에 대한 자신의 심중을 드러내고 2개월여 기간에 걸쳐 여론과 언론의 검증을 받은 점이 주목된다. 그 사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포함한 여론에 의해 서머스와 옐런 두 대표주자의 장단점이 분석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결과를 반영하여 옐런을 지명했다. 이런 절차는 우리도 원용해볼 만하다. 지난해 한은법 개정으로 한은 총재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됐다. 현임자의 임기 말을 코앞에 두고서야 후임자를 지명해서 검증 과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거나 국회에서 여야 간 정쟁의 빌미가 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은 주변과 언론에서는 이미 전 한은 부총재, 해외 유명대학의 교수 등 차기 한은 총재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도 적절한 방식과 수위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비공식적 추천을 해서 후보군을 좀 더 넓혀보는 것도 괜찮다. 여론과 언론에 의한 검증 과정이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후임 한은 총재 인선이 보다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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