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로시간 단축,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어제 근로기준법을 고쳐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휴일근로도 연장근로 한도에 넣어 한 주간 초과근로 가능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30∼299명은 2017년부터, 30명 미만은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기준 209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OECD평균(1705시간)보다 400여시간이나 많다. 근로시간이 줄면 기존 근로자는 수입이 줄겠지만 삶의 질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벌충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이 필요한 만큼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 기업은 고용의 경직성을 이유로 신규 인력의 채용보다는 기존 근로자의 초과 근로를 좋아한다. 근로자는 초과 근로를 임금 보전 수단으로 받아들여 왔다. 근로시간이 줄면 기업은 추가 고용 부담이 따르고 근로자는 수입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재계가 근로시간 단축에 크게 반발하고 노동계가 찬성한다면서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그런 배경이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 문제가 노사 간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도 좋고 일자리 창출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돈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얘기다.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법을 고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법 개정의 목표가 큰 탈 없이 이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노동 강도는 커지는데 임금은 줄어들 것이라는 근로자의 걱정과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비용은 늘어날 것이라는 기업의 우려를 덜어 줄 방안을 내놔야한다.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계도 근로시간이 줄어도 임금은 그대로 받겠다는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근로자와 사용자의 이해를 조정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선결 과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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