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테스트마켓 1번지 대한민국, 아직 갈 길이 멀다

▲원경희 혜인 회장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은 각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을 공급하거나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인력과 비용 등 다양한 리소스를 소모한다. 이에 최근 대부분의 기업들은 시장에 제품을 정식으로 내놓기 전 개발한 제품(또는 서비스)의 성공을 앞당기기 위해 임상실험을 거친다. 즉,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제품,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고 미비점을 찾아 상품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시장을 대표할 테스트마켓(Test Market)이 필요한데, 이러한 시장으로 대한민국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업들의 시험장으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 IT 강국으로 성장하면서부터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는 과학, 정보통신 등의 산업 성장을 이끌었다. 이들 산업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해외 자본 유입 증가로 이어졌고 소비자들 성향 역시 해외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테스트마켓으로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최근 덴마크 왕실 식기 브랜드인 로얄코펜하겐이 세계 최초로 한식 그릇 라인을 국내 단독으로 출시한 데 이어 세계적인 종합건설기계업체 캐터필라 역시 혜인과 함께 국내 시장을 테스트마켓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국내 중장비 시장은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과 같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장비 제조사가 포진돼 있어 중국 시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품질 검증을 위해 반드시 선점해야 하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이 세계 브랜드의 스타트 파트너로 활약한 지 어느덧 10여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한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을 대표할 정도의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연구개발(R&D)센터를 비롯한 아태지사를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지에 설립하고 있다. 한국은 단순히 테스트마켓 역할만 수행할 뿐 글로벌 브랜드의 전진기지로서 역할은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테스트마켓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전진기지로 올라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법인세와 복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일본 정부는 외국계 기업의 법인세를 최대 20%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외국인의 일본 진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 정부도 글로벌 기업이 손쉽게 한국을 거점으로 세계 시장에 나아갈 수 있도록 세금 감면을 비롯해 국내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등 시장의 폭넓은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의 시험대에 오르며 학습해온 경험과 개선점을 국내 시장에 고스란히 녹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야만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내 및 세계 시장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을 얻는 동시에, 해당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산업 리더로서의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 시장의 폭넓은 발전이 선행돼야 글로벌 기업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 등의 부가적인 효과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해 내는 선순환적 구조가 이뤄질 것이다.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 요즘이다. 많은 기업들이 한국을 시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에 따른 성과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미 입증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더욱 활발한 논의를 해야 한다. 이처럼 테스트마켓이라는 입지를 영리하게 이용함으로써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원경희 혜인 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