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어제 ㈜동양 등 3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 1조원에 이른다니 그룹의 존속이 어렵게 됐다. 재계 38위 동양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게 된 데는 무리한 사업확장과 구조조정 실패 등 기업의 잘못이 크다. 동양은 주력인 시멘트 레미콘사업이 건설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았다. 사업을 다각화한다며 진출한 신사업도 골프장을 4곳 운영하는 레저 분야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계열사마저 어려워졌다. 구조조정을 해야 할 판에 회사채ㆍCP를 대거 발행해 계열사 동양증권을 통해 고금리로 팔았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폭탄 돌리기를 하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괜찮은 계열사를 팔려고 내놨으나 때를 놓쳤다.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동양의 회사채ㆍCP는 2조원대로 은행 등 금융기관 대출 1조4000억원보다 많다. 금융기관 대출이 막히자 동양 계열사들은 공시 의무와 이사회 결의, 발행한도 제한 등이 없는 기업어음ㆍCP를 마구 찍어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채권을 계열 금융사가 나서 판매했지만 이를 제재해야 할 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투자 부적격 등급인 계열사의 회사채ㆍCP 등에 대한 투자 권유 행위를 금지하는 금융투자법 규정을 지난 4월 개정해 놓고도 동양의 요청을 받아들여 6개월 유예했다. 동양증권에서 동양 계열사 회사채ㆍCP를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4만7000여명이다. 투자금을 날릴 상황에 처했다. 외환위기 당시 대우채의 악몽이 떠오른다. 개인도 투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불완전 판매 피해 신고가 벌써 1000여건이다. 원금 손실이 없고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말에 속았다고 한다. 동양 사태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감독당국의 뒷북 대응이 만든 합작품이다. 금융기관 여신만 살피지 회사채ㆍCP 등 시장성 부채를 감독 사각지대에 방치해선 안 된다. 웅진, STX에 이어 동양까지 무너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비슷한 상황의 다른 기업들에 대한 시장 불신이 커지면서 대출이나 채권 매입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지 않도록 시장성 차입이 과도한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동양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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