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아지는 걸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직업 가운데 하나가 석간신문 기자들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통상 매일 오전 6시에서 6시30분 사이에 회사 편집국 또는 출입처 기자실로 나온다.(국제부 기자들의 출근은 더 빠르다) 사는 곳이 어딘지, 회사와 출입처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물론 그 전날 어디서 잤는지도 중요한 변수지만) 대략 새벽 5시에서 5시30분 사이에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집이 멀면 첫 번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차를 갖고 다니거나 택시를 타는 기자들이 적지 않다.(만약 당신이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은데 그럴듯한 명분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면 석간기자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2013년 9월30일) 서울시 중구 초동(아시아경제가 있는 곳)의 일출시간은 오전 6시25분. 지각하지 않고 제시간에 편집국에 '짠∼' 하고 나타난 아시아경제 기자들은 그러니까 해뜨기 전에 집에서 나왔다는 얘기다.(신문사에서 5분 이내에 사는 기자들은 거의 없을 테니) 한 달 전인 8월30일, 초동의 해 뜬 시간은 6시00분. 한 달 새 30분 빨라진 것이다. 해가 늦게 뜬다고 출근시간을 늦출 수는 없는 노릇(독자들이 용인하겠는가?), 결국 여름을 제외한 봄, 가을, 겨울에는 깜깜한 새벽에 집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 석간기자의 운명이다. 해가 뜨거나 말거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건강에도 좋은데 뭐가 문제냐고 하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백번 옳은 말씀이지만 막상 당해보면 해가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지차이다. 요즘처럼 새벽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지면 괜히 인생이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회의시간에 깜박깜박 졸거나(살짝 코를 골 수도 있다) 인터뷰를 하다가 눈을 내리깔고 한동안 움직임이 없는 김 기자(또는 전 차장, 박 국장)를 만나더라도 놀라거나 짜증내지 마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잠시 그냥 지켜보면서 기다려달라는 부탁. 여러분은 못 느낄 수 있지만 요즘 부쩍 해가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 <치우(恥愚)><ⓒ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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