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에서 크게 후퇴해 새로 고안된 '기초연금 이행방안'에 논란이 거센 가운데 청와대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오해하고 있거나 잘못 얘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명이 충분치 않은 부분도 있어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를 대선공약의 포기라고까지 주장하는 야당 측은 "황당한 궤변"이라며 즉각 반발했다.◆핵심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더 손해인가 아닌가"박 대통령이 공약한 바는 간단하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으로 '20만원'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 중 약 7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에게 9만8000원씩 주고 있다. 이 금액이 생활에 턱없이 부족하니 2배(20만원)로 올려주고, 그동안 돈을 받지 못하던 노인들까지 '용돈'으로 20만원을 드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후 계획을 짜보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임이 드러났다. 재원을 세금으로 해야 하는데 경기가 안 좋아져 세금이 덜 걷힌 것도 큰 이유다. 계획을 짜던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공약수정을 선언했다.이때 두 가지 방안이 논의됐다. 노인을 소득별로 분류해 최대 20만원에서 점차 줄여가는 '소득 연계형'과,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어 또 다른 생계 방안이 마련된 사람들에게는 조금만 주는 '국민연금 연계형'이다. 박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개인 차원의 노후대책인 '국민연금'과 세금으로 국가가 보장해주는 '기초연금'으로 이원화된 노후 보장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최종안은 결국 '국민연금 연계형'으로 채택돼 최근 발표됐다.◆"국민연금 많이 내서 많이 받는 건 '국가'와 무관"국민연금 연계형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덜 받게 하는 구조다. 국민연금에 가입돼 오랫동안 돈을 모아놨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덜 주는 데 대해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이에 대해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29일 브리핑에서 "국민연금 수령액에 기초연금을 추가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면 할수록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더한 총액은 많아져 이득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공약 후퇴를 사과하며 "연금가입자가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즉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한 사람은 당연히 그만큼 돈을 더 수령하게 되는데, 가입연도에 비례해 올라가는 연금액은 같은 기간 줄어드는 기초연금액(1년마다 1만원 감소)보다 훨씬 크므로 전체 금액은 더 많고, 그러니 손해라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정책위는 "국민연금은 국민들 각자가 자신의 돈을 납부해 연금액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정부가 주는 기초연금은 깎아 놓고 국민 스스로의 노력으로 불린 국민연금이 늘어나니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것은 황당한 궤변"이라고 반박했다.합계 금액이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국가가 세금으로 보장해주는 기초연금'이 감소하는 것은 맞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좀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그 돈으로 또 다른 노후대책을 마련하면, 기초연금은 최대금액 20만원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즉 정부의 새로운 제도는 국민연금을 유지할 의욕과 새로 가입할 동기를 훼손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무 가입자가 아닌 농어민, 무직 등이 그런 생각을 더 할 수 있다.◆미래 노인의 역차별?미래 노인이 현재 노인보다 불리한 구조라는 것도 논란이다. 이에 대해 최 수석은 "기초연금의 평균수급액을 산출해보면 후세대가 더 많은 기초연금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즉 50대보다 40대가, 40대보다 30대가, 30대보다 20대가 기초연금을 더 많이 받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책위는 "역시 궤변"이라며 "모든 공적연금 수령액은 국민소득이나 물가의 상승을 반영해 해마다 높아지게 돼 있고 따라서 미래세대가 수령할 기초연금액의 절대액수가 지금 현세대 노인이 수령하는 연금액보다 더 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마치 30년 전 10만원과 지금의 10만원의 가치가 똑같다고 우기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제도 장단점 인정하고 투명한 사회적 논의 필요이 같은 논란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생겨난 것이다. 공약대로 제도가 도입됐다면 모든 노인은 최소 20만원의 월 용돈을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개인에 따라 국민연금 수령액이 더해지는 방식의 노후보장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가 그 재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명확해지면서, 이를 수정하려다 보니 논란이 불거지게 된 것이다. 공약을 수정해 '일부'에게만 '사정에 따라' 달리 지급하는 방식의 기초연금 이행방안은 현재 논의된 바 있는 어떤 수정안도 나름대로의 장단점과 허점, 불공평함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대선 공약을 100%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데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 불가피성과 사과의 뜻을 밝힌 만큼, 새 제도가 주는 장점과 단점에 대한 투명한 사회적 논의가 정착될 때까진 어느 정도의 잡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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