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2008년 이후 건설투자가 10년 전 수준으로 퇴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을 감축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건설수주가 작년보다 30% 줄어들어 업계가 심각한 위험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SOC 예산 축소까지 되면 중소형 건설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중소 건설사 고위 관계자)정부가 내년도 SOC 예산을 축소키로 함에 따라 건설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대형 건설사는 물론 천수답처럼 공공사업에 올인하는 중소 건설사들까지 이러다 밥줄 끊기는 것 아니냐며 당혹해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국내 건설 산업의 연착륙을 위해 민관협력 사업, 민자 사업의 역할 보강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27일 국토교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SOC 예산으로 23조3000억원을 책정했다. 올해보다 1조원 줄어든 수치다. 도로의 경우 올 8조4771억원보다 1817억원(2.1%) 줄어든 8조2954억원이 반영됐고 철도는 1020억원(1.7%) 감소한 5조9810억원을 편성했다. 도시철도는 6103억원으로 올해보다 21.4%까지 줄였다. 이처럼 정부가 SOC 예산을 대폭 축소하면서 갈수록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건설업계는 더욱 힘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삼규 회장은 "SOC 투자는 생산적 복지의 하나로 인식해 침체된 국내경제와 건설경기를 되살린다는 관점에서 증액돼야 한다"며 "현 정부가 지향하는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활력 회복을 되레 지연시킬 우려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특히 도로부문이 완공 위주로 지원돼 신규투자가 억제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 및 지방 중소건설기업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는 얘기다.실제 건설경기 장기 침체로 건설업계의 경영사정은 심각하다. 올 상반기 상장건설사(118개사)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4%에서 2.4%로 크게 떨어졌다. 세전이익률도 2.0%에서 0.9%로 급감했다. 건설매출액은 63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00억원(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국내영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중소 건설사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중소업체인 A사 관계자는 "공공 공사만 줄곧 해온 입장인데 공공예산이 줄면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이 시점에서 SOC 예산 급감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역시 중소업체인 B사 관계자도 "SOC 사업에 기대 건설사들이 수익을 올렸다는 기존의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금 업계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며 "대형공사가 아니더라도 지방에 위치한 중소형사들이 수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대형사들 역시 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했다. C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사업부분이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대형이나 소형사들 모두 SOC 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린 경우가 많다"며 "업체별로 상황은 다르겠지만 일정부분 수익감소는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민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건설 투자를 늘려야한다고 조언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SOC 예산 감소 추세로 중소업체의 경영환경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핵심과제인 경제활력과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SOC 예산 확충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D건설 역시 예산이 1조원 줄었다고 해서 개별업체들의 수주실적이 급격하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직격탄을 맞은 업체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E건설 관계자 또한 "중소업체들은 대부분 국내만 보고 있다"며 "안 좋은 형편에서 SOC 예산 축소로 더욱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진출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는 건설사들을 위해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F건설 관계자는 "SOC 분야가 위축되고 국내 규모가 작아질수록 건설사들은 해외로 더욱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수출입은행에서 여신한도를 늘리는 방안 등 파이낸싱을 늘리는 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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