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세 없는 복지 확대' 살얼음판 내년 예산

정부가 오늘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번 예산안은 세수가 급감하고 국내외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탓에 가용재원이 크게 제약된 가운데 경제성장 촉진, 복지 확대,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정부의 군색한 처지를 보여준다. 정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에 이어 최근 기초연금 공약도 축소조정한 결과를 반영했음에도 이번 예산안에서 보건복지 분야 예산이 급증했다. 고용을 포함한 보건복지 분야 예산은 105조8726억원으로 올해 추경 전 본예산에 비해 8.7%(8조4697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출예산 전체 증가율 4.6%의 1.9배이며, 교육(2.1%)이나 국방(4.2%) 등 다른 어느 분야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이 분야 예산이 1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성장촉진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사회간접자본(SOC) 분야(-4.3%)와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1.7%) 분야의 예산을 올해보다 줄여야 했다. 대신 이 두 분야에서는 민간투자 활성화와 투자효율성 제고 등을 통한 실질투자 확대에 노력하기로 했다. 이렇게 빠듯하게 편성했음에도 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내년도 재정수지 적자 예상액이 무려 25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추경 후 예산상 적자 23조4000억원보다 2조5000억원 확대되고, 올해 추경 전 본예산상 적자 4조7000억원에 비하면 5.5배나 되는 적자 폭이다. 이로 인한 정부의 빚내기로 국가채무도 올해 480조원에서 내년에는 515조원으로 35조원 늘어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경제 활성화도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므로 올해 추경 후 예산과 비슷한 수준으로 재정적자를 억제하는 범위 안에서 재정지출을 최대한 확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치수가 모자란 옷을 억지로 껴입은 듯한 예산안이다. 게다가 정부가 전망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3.9%가 그대로 달성된다 해도 세수가 정부 예상대로 증가하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등 대외변수도 녹록잖다. 올해 부진한 경기가 내년 세수에 미치는 마이너스의 영향이 의외로 클 수도 있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정책 노선을 고수한 이번 예산안은 자칫하면 옆구리가 터질 듯 위태위태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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