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국내 인수합병(M&A)의 역사는 크게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IMF 전에는 M&A라는 말이 낯설 정도로 건수가 많지 않았다. IMF를 거치며 수많은 기업이 매각됐고, 국내 경제는 전면 개방의 길을 밟았다. 올 들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국내 증권사들에게 투자은행(IB) 선진화의 길이 열렸다. M&A는 IB의 핵심 부분인 만큼 그 중요함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글로벌 금융투자 역사에서 규모와 인지도를 고려했을 때 시장에 파급력이 컸던 M&A 사례를 꼽아 봤다. ◆②과일음료 스내플의 파란만장 M&AM&A에는 성공으로만 귀결되는 건 아니다. 인수자의 잘못된 판단과 피인수자의 과욕 등의 겹치면 종종 기대와 달리 엄청난 실패를 야기하기도 한다. 과일음료 스내플의 M&A 사례는 대표적 실패로 언급되는 사례다. 미국 업체 스내플은 1980~1990년대 톡톡튀는 광고로 음료시장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브랜드로, 주 상품군은 과일음료다. 이 회사는 지난 1994년 퀘이커 오츠에 약19억 달러에 인수된다. 1901년에 설립된 퀘이커 오츠는 1983년 소프트 드링크 회사 게토레이를 인수해 이미 상당한 성공을 거둔 상태였다. 한 번 성공을 맛본 퀘이커 오츠는 또 다른 M&A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때 스내플이 발견된 것. 스내플은 코카콜라와 펩시라는 양대 거인에 밀려 더 이상 사업이 확장될 여지가 없어 인수자를 찾고 있던 상황이었다.스내플 인수로 퀘이커 오츠는 미국 소프트 드링크 업계에서 3위에 점프했다. 퀘이커 오츠는 게토레이와 스내플이 결합되면 기존의 유통 채널을 활용해 배송비용을 절감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배송 시스템이나 광고방식이 크게 달랐던 점이 문제였다. 스내플은 인수 직전 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74%나 급감했는데, 이 정보는 퀘이커 오츠가 계약서에 서명하기 불과 며칠 전에야 알려졌다. 합병 후 스내플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결국 퀘이커 오츠는 지난 1997년 스내플 사업부를 3억 달러라는 헐값에 서둘러 매각해버린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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