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요. 사실 떨어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2년 마다 전셋값 올려줘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이사 다니는 번거로움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서울 강동구 둔촌동 P아파트 전용 84㎡ 전세로 살고 있는 민 모씨. 재계약을 앞두고 최근 집주인이 5000만원 오른 4억원을 요구하자 차라리 집을 살까 고민 중이다. 단지 내 같은 면적의 급매물이 5억2000만원까지 나와서다. 부동산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라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대출금리가 낮은데다, 무엇보다 매번 겪는 마음고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정감 덕분이다. 8.28전ㆍ월세대책에도 불구하고 '미친 전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 전환을 고민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전세 스트레스에 시달릴 바에 전세가와 매매가의 격차가 줄어든 이번 기회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아파트 전셋값은 53주 연속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매매값은 8주째 하락을 보이고 있다. 2009년 1월 39.8%까지 하락했던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지난달 2002년 11월(58.3%) 이후 최고치인 59.1%까지 치솟았다. 아직 본격 이사철에 이르지 않은 만큼, 60%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시장에서는 전세비율 '60%'를 전세 수요자들의 매매 전환에 따른 집값 상승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전세가율 60% 이상을 기록한 지난 2000~2002년까지 3년간 수도권 아파트값이 57.47%나 올랐던 경험 때문이다. 실제, 경기도 광명시, 안산시 등 일부 경기지역에서는 아파트 값이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광명시 광명동 L부동산 대표는 "8ㆍ28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진정되지 않고 있어 현재 인근 전용 59㎡ 아파트 전세가 1억7000만원선까지 올랐다"며 "매물 구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세입자들도 나오고 있어 매매가가 소폭 상향조정되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분양가를 2~3년간 나눠낼 수 있어 자금에 대한 부담이 낮은데다, 저렴한 분양가에 금융혜택까지 주어지는 단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왕 살 거라면 새 아파트가 낫지 않겠냐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과는 시장 상황이 달라, 수요자들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전세난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데 만족하는 상황"이라며 "금리가 낮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전세가율이 60% 이상인 지역에서 나오는 새 아파트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남권에서는 하반기 인근 전세가보다 저렴한 신규분양 아파트가 등장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6일 견본주택을 오픈하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래미안 잠원' 전용 84㎡ 최저층 분양가는 8억 8000만원대다. 이는 동일 생활권에 위치한 반포동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같은 면적의 전셋값이 9억~9억 5000만원에 형성된 것과 비교해 수천만원 낮은 금액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반포·잠원 일대는 학군, 교통,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한번 들어오면 잘 안 나가려는 경향이 높지만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 수요자들의 어려움이 많다"며 "주변 전세가보다 싼 것은 물론, 낡은 아파트 매매가와도 비슷한 수준에 분양가가 결정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하루에 전화 문의만 수십통씩 온다"고 전했다. 서울 도심권 및 여의도로의 이동이 쉬워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마포구에서는 삼성물산이 현석동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을 분양 중이다. 인근 공덕동 삼성래미안3차 전용 59㎡ 전세가가 3억 5000만원을 최근 넘어선 가운데,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분양가는 5억 1500만원이라 세입자들이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이전으로 들썩이는 강동구에서는 신동아건설의 '강동역 신동아 파밀리에'가 공급 중이다. 저층 기준 △전용 94㎡ 5억1320만원 △101㎡ 5억1840만원 △107㎡ 5억7890만원부터 분양가가 책정돼 있다. 같은 생활권 내 둔촌동 '둔촌 푸르지오' 전용 113㎡가 4억5000만원 전후로 전세 매물이 나오는 점을 감안할 때 매매 전환을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다. 전세가율이 67%에 이르는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도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분양된다. 현재 동탄1신도시 내 평균 매매가가 3.3㎡당 1080만원으로 가장 비싼 반송동의 경우 전세가가 733만원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9월 말 반도건설이 동탄2신도시 A-13블록에서 '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2.0'을 공급한다. 이 아파트는 3.3㎡당 평균 890만원대라는 동탄2신도시 최저 분양가로, 현재 3.3㎡당 870만원인 서울 평균전셋값 수준으로 저렴해 파격적이란 평이다.오랜만의 서울 도심 속 분양으로 주목 받는 롯데건설의 '덕수궁 롯데캐슬'은 3.3㎡당 분양가를 1700만원대 이하로 책정할 예정이다. 이는 바로 인근의 '순화동 더샵'(2007년 입주) 아파트가 올 4월 3.3㎡당 1818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가격적으로 매우 경쟁력이 높다. 경기도 평택시 용이지구에서도 아파트 전셋값 비율이 인근 분양단지 분양가의 60%를 넘어서고 있다. '평택용이 푸르지오' 전용 84㎡ 전셋값은 2년 전에 비해 2000만원 이상 뛰어 오른 1억 8000만원 선으로 인근 대림산업이 분양중인 'e편한세상 평택' 같은 면적 분양가(2억 7600만원선)의 65%를 넘는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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