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침침하던 한국경제에 모처럼 몇 줄기 서광이 비쳤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에 비해 1.1% 증가했다. 분기간 경제성장률이 9분기만에 0%대 덫에서 벗어난 것이다.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순익과 대외 순소득을 더한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2분기에 2.9%로 4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동시에 기획재정부는 어제 10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연리 4.023%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평채 발행사상 최저 금리다. 그만큼 국제시장에서 투자대상으로서 한국경제의 신뢰도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영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견조한 수출 증가에 힘입어 경제성장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며 "2분기 숫자만 보면 상당히 괜찮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향후 완만한 경기개선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보다 신중한 태도이지만 경기 흐름에 대해 낙관적인 의견을 제시한 점에서는 한은과 다르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요즘 통화가치 하락과 외국자본 유출에 시달리는 인도 등 다른 신흥경제국들과 우리나라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다르게 평가되고 있다며 '한국경제 차별화론'을 자주 거론하고 있다. 이 역시 낙관론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낙관하기엔 이르다. 무엇보다 투자가 부진하다. 2분기 GDP 대비 국내 총투자율은 1분기보다 1.9%포인트 낮은 24.9%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23.9%) 이래 최저다. 투자가 이렇게 저조해서는 향후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성장률이 0%대를 탈출한 것은 수출 외에 정부지출 증가의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2분기에 정부소비 증가율은 2.4%에 이른 반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상반기에 집중된 재정지출의 효과를 하반기에 투자와 소비 증가가 떠받쳐주지 못하면 경기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소득 정체와 빚 부담을 고려하면 가계소비 증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회복세를 본격화하려면 결국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게 관건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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