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의 스마트폰 이후를 겨낭한 각축전이 뜨겁다. 손바닥 안에서 이뤄져온 스마트기기 전쟁이 손목 위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어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3 개막에 앞서 손목시계형 스마트기기 '갤럭시 기어'를 선보였다. 전화를 걸고 받고, 문자와 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을 찍거나 짧은 동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은 아니다. 혼자선 작동되지 않고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연결해야 쓸 수 있다. 갤럭시 기어가 첫 스마트워치는 아니다. 통신칩 회사 퀄컴이 삼성과 같은 날 '톡'을 내놨고, 일본 소니는 지난 6월 '스마트워치2'를 선보였다. 애플이 '아이워치'를 준비 중이고, 구글도 관련 기업을 인수해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경쟁사보다 삼성이 먼저 제품을 양산해 25일부터 시판에 들어가기로 함으로써 '입는(웨어러블) 컴퓨터' 시대의 본격 개막을 선언했다. 그동안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 등 혁신적인 제품을 뒤따라가는 '추격자'에서 벗어나 애플보다 한 발 앞서 제품을 선보이는 '선도자'의 위치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갤럭시 기어가 경쟁에서 우위을 차지하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손목을 거의 덮을 정도로 크기가 크고 휘어지는(플렉서블) 정도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디자인도 투박하다. 배터리 지속 기간이 3~4일인 소니와 퀄컴 제품과 달리 25시간 정도로 매일 충전해야 한다. 가격도 30만원대로 10만~20만원대인 소니 제품보다 비싸다. 따라서 아직은 완벽한 시장 선도자가 아닌, '동시 출발자'로서 선두 그룹에 함께 선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상상의 세계로 인식됐던 입는 컴퓨터 시대가 안경, 시계 등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기술 수준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삼성으로선 하드웨어가 강한 장점을 살려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발자 애플을 따라잡은 배경이다. 애플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특허소송 전쟁의 교훈도 잊지 않아야 한다. 먼저 내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대로 된 제품으로 시장을 휘어잡아야 한다. 작은 성취에 우쭐할 단계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성숙된 시장에서 확실한 지위를 확보하는 일이다. 혁신의 끈을 더욱 조여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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