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으로 시작된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권력형 먹이사슬 부패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설치된 원전비리수사단은 어제 이종찬 한국전력 해외부문 부사장을 구속했다. 이씨는 2008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신고리발전소 본부장으로 근무할 때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에 관여하면서 납품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전의 현직 간부가 원전비리와 관련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달 초 이른바 영포(경북 영일ㆍ포항) 라인의 핵심인물이라는 오희택씨와 전 서울시의원과 한나라당 당직자를 지낸 이윤영씨를 구속했다. 오씨는 이명박정부 때 '왕차관'으로 불리며 실세로 군림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에는 역시 영포 라인에 속하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윤영 한국정수공업 고문을 한수원에 대한 인사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브로커 역할을 한 이들을 상대로 박 전 차관과 최중경 전 지경부 장관에게 금품을 전달했는지를 캐묻고 있다고 한다. 지경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정책과 감독의 최상위 부처인 데다 구속된 혐의자들이 이 두 사람을 로비 대상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당연한 수사 수순이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이들이 실제로 금품을 수취한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뿐 아니라 비리의 근원지로 유수한 대기업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그동안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원전비리는 한수원을 넘어 한전과 그 윗선에까지 가지를 뻗친 구조적 부패임이 분명해졌다. 이른바 '원전 마피아'가 어떻게 유지되고 굴러가는 이권집단인지도 드러났다. 그 먹이사슬은 원전 부품ㆍ설비 업체들이 브로커를 통해 정ㆍ관계 유력자들에게 뇌물을 건네며 로비를 하고, 그들을 움직여 관련 당국과 공기업에 압력을 가해 이권을 얻어 내는 구조였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원전 부패 복마전'의 검은돈이 누구를 거쳐 누구에게 전달됐는지를 철저히 수사하여 그 종착지를 전부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원전 마피아의 몸통은 물론 뿌리까지 완전히 드러내어 제거해야 한다. 썩은 살을 남김없이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 법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