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자본 확충을 뼈대로 한 이른바 '바젤III'가 아시아 은행들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시아 은행들이 미국ㆍ유럽 은행들보다 발 빠르게 바젤III 규제안을 도입하고 있지만 채권 발행과 관련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아시아 은행들은 지금까지 자본 확충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후순위채 수요도 높았다.기존 바젤Ⅱ에서는 후순위채가 보완자본으로 인정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바젤III 에서는 파산시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조건부자본 규제를 충족하는 후순위채만 보완자본으로 인정 받을 수 있게 됐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발행 금리가 올라가고 자본조달 비용도 상승해 후순위채 발행을 꺼리게 된다.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발행된 후순위채 규모는 20억달러(약 2조2370억원)로 지난해 상반기(75억달러)의 33%에도 못 미친다.유럽 감독 당국은 바젤III 의 대비책으로 금융사들에 자본비율이 일정 수준만 넘으면 주식으로 전환되는 전환사채(CB) 같은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와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각각 60억유로(약 88994억원)와 20억파운드(약 3조4613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하이브리드 채권은 평소 채권으로 분류돼 기본자본에 포함되지 않지만 유사시 주식으로 전환돼 기본 자본이 느는 효과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져 위기상황에서 일종의 완충역을 하게 된다.그러나 아시아 금융 당국들은 위기상황에서 위험가중자산을 손실처리한다는 조건을 삽입해 투자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최근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가 중국공상은행(ICBC)의 홍콩 자회사인 'ICBC 아시아'에서 2011년 발행한 15억위안(약 2741억원) 규모의 위안화 표시채권 신용등급을 한 등급 강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피치는 ICBC가 바젤III 규정에 따라 새롭게 추가한 상각조건이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아시아 국가들이 바젤III 규정에 맞는 채권 발행을 꺼릴 경우 아시아 고수익 채권의 '큰손'인 프라이빗뱅크(PB)가 유럽 은행들로 속속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일부에서는 금융기관이 회생불가능한 상황에 처했을 때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바젤III의 '자본보전완충자본' 규정이 모호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이스트스프랑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라이 펀드 매니저는 "바젤III에서 은행의 파산이나 지급불능 상태를 뜻하는 생존불능 상황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제시한 국제은행자본규제 기준이다. 현행 은행자본규제였던 바젤Ⅱ를 대폭 강화해 보통주 자본비율을 4.5% 이상, 기본자본(티어1)은 6% 이상으로 확대하고 완충자본을 신설하는 등 갑작스런 위기에도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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