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파산' 충격에 대비할 때다

최소 요건만 갖추면 대학설립을 허용해 온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올해 말 폐지된다. 교사(校舍)ㆍ교지(校地)ㆍ교원ㆍ수익용 재산 등 네 가지 기본요건만 충족하면 자동 인가해 온 대학설립을 내년부턴 재정ㆍ학사운영계획도 엄격히 심사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어제 이런 내용의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 시안을 발표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현실에 비춰 볼 때 1996년 도입한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이제야 폐지하는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 대학입학 정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을 웃도는 역전현상은 2003학년도부터 나타났다. 급기야 오는 2018년부턴 대입 정원(약 56만명)이 고교 졸업생(약 55만명)을 능가하게 된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대학설립 준칙주의로 대학 수는 계속 불어났다. 1996년 전문대와 대학원대학을 포함해 264개였던 대학은 현재 337개다. 대입 정원이 수험생 수를 웃도는 역전현상이 10년째 이어지면서 상당수 지방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며 부실해졌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다른 데로 돌려쓰는 비리 대학도 적지 않게 적발됐다. 2000년 이후 학사비리나 경영부실 등으로 폐교된 7개 대학 모두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설립된 곳들이다.  이제야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교육부의 무계획과 무대책, 무책임이 놀랍다. 대학설립 수요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현재 4년제 대학설립 신청은 한 건도 없다. 불과 5년 뒤면 대입 정원이 고졸자보다 많고 2020년에 가면 대학들이 정원 10만명을 못 채워 파산이 속출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종합발전 방안에는 대학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 학내분규가 심각하거나 중대 비리가 생긴 사학은 특별감사를 거쳐 퇴출한다고 언급한 정도다. 대학이 갑자기 폐교하면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스스로 정리하는 학교법인에 잔여재산 전부를 국고에 귀속하도록 하는 법을 손질해 퇴로를 열어 줄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대학의 양적 축소는 불가피하다. 부실 대학에 대한 폐교 조치는 물론 스스로 구조조정하는 대학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학의 질적 관리에 힘쓸 때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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