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선 연구개발인력교육원 원장
청소년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영화 '슈퍼맨'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리브는 지구촌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악의 세력을 통쾌하게 무찌르곤 했다. 요즘은 과학기술에 거는 기대가 이처럼 마치 슈퍼맨에게 거는 기대만큼 큰 것 같다. 그동안 신제품ㆍ신공정 개발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과학기술의 주된 미션이었다면 오늘의 과학기술은 각종 경제ㆍ사회문제 해결은 물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해결사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지금 과학기술 없이는 경제 발전은 물론 국가안보, 재난재해, 외교, 문화, 예술, 체육 등 어떤 분야라도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 정부에서 발표한 창조경제 실천계획의 중심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과학기술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종합과학기술심의회에서 심의ㆍ확정된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은 향후 5년 동안 박근혜정부의 과학기술 청사진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번에 확정된 기본계획에서는 종전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창조경제 실천전략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ICT를 포함한 과학기술을 기존 산업에 접목해 해당 산업의 활력과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편익 증진 및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타민 A(Agricultureㆍ농업), C(Cultureㆍ문화), D(Defenseㆍ국방), E(Environmentㆍ환경), G(Governmentㆍ정부), H(Healthㆍ건강), L(Learningㆍ교육) 등이다. 둘째, 삶의 질 분야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국민 참여ㆍ개방형 기획을 통해 긴급한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ㆍ제도적 개선과 연구개발(R&D)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동안 과학기술과 무관해 보였던 청소년 범죄, 고령화, 문화재 보호, 적조, 재난 재해 해양 오염 등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사 역할이 기대된다. 셋째, 계획의 범위에 있어서도 R&D 투자 및 인력양성을 넘어 기술이전 사업화를 통한 신산업 및 일자리 창출까지 과학기술혁신 전주기로 확대함으로써 창조경제 실현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대학 및 출연(연) 등 공공부문에서 창출된 우수한 성과들이 사장되지 않고 확산 및 실용화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하여 특단의 대책들이 강구,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실천이다. 앞으로 5년 동안 이번에 제시된 5개 분야의 고도화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해 창조경제 실현을 뒷받침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민간 그리고 정부 각 부처 간 적정한 역할 분담과 유기적인 협력, 노력이 중요하다. 과학기술 발전의 가속화, 융복합화 추세에 따라 어느 때보다도 기술 분야 간, R&D 단계 간 경계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여건을 감안할 때 자칫 불필요한 영역다툼 또는 중복사업으로 인해 귀중한 자원이 낭비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예산 여건에도 최근 국과심에서 내년도 R&D 예산 배분ㆍ조정안을 올해 대비 2.2% 늘어난 11조6750억원으로 확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각종 경제ㆍ사회문제 해결을 과학기술의 영역 확대, 창조경제 관련 R&D, 세계적인 기초원천 연구성과 창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및 한국형 발사체 개발 등 미래의 씨앗을 위한 과학기술 투자 확대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과학기술 투자 확대에 따른 성과제고는 과학기술계의 몫이다.설사 순수기초연구라 할지라도 연구를 위한 연구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연구주제 선정부터 R&D 전주기에 걸친 슬기로운 R&D 전략이 적용돼야 한다. 세계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는 해당분야 R&D 동향 등에 대한 분석 및 성과활용을 염두에 둔 연구주제 선정, 국내외 우수 연구진과의 협업 및 수요자와의 긴밀한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우수 인력이 과학기술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고, 과학기술 분야로 진출한 인력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역량강화 노력과 함께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안정되고 신명나는 연구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최근 R&D 분야의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고 연구자의 자율성과 편의성 확대를 위한 미래창조과학부의 노력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상선 연구개발인력교육원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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