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신종 슈퍼박테리아 환자가 발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어제 항생제 내성균 현장 점검 결과 13개 병원의 환자 63명에게서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세균(CPE)'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개 병상 이상 병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치다. 전체 병원으로 확대하면 감염자 수는 더 늘어날지 모른다. 슈퍼박테리아 문제에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CPE는 장내 세균류 가운데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균주를 통칭하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의 한 유형이다. 요로감염이나 폐렴, 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CPE는 CRE 중에서도 다른 균주에까지 내성 전달 능력이 있어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환자가 아닌 일반인은 옮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지만 국민은 불안하다. 신속한 역학조사를 통해 전파 경로를 확인하고 추가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건당국의 대처는 미덥지 못하다. 국내에서 발견된 CPE는 'OXA-232타입'으로 세계적으로 인도에서 균에 감염된 뒤 프랑스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유일하다고 한다. 국내 환자도 인도에서 작업 중에 부상을 당해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입국한 A씨가 최초 전파자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들어온 슈퍼박테리아가 여러 병원에서 수십 명의 환자에게로 퍼질 동안 보건 당국이 제때 손을 쓰지 못했다는 얘기다. 보건당국의 슈퍼박테리아 감시 및 경보 체계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병원의 보고 체계에 허점이 있고 감염 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병 고치러 병원 갔다가 거꾸로 병원에서 무서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10년 12월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가 처음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슈퍼박테리아의 안전지대가 아닌 지 오래됐다. 정부가 감시체계를 현행 '표본 감시'에서 '전수 감시'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 강화, 다른 나라와의 공조체제 구축 등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은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의 결과다. 항생제 과다 처방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