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사고가 또 인명을 앗아갔다. 어제 낮 서울 방화대교 공사현장에서 길이 47m의 상판이 떨어져 인부 2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장에서 작업자 7명이 사망한 지 보름 만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인재다. 서울시 발주공사 현장에서 한 달 새 두 차례나 큰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안전불감증 이상의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노량진 참사는 폭우로 한강물이 불어나는데도 공사를 강행해 인명피해를 자초한 인재였다. 사고 후 시공사와 감리업체, 서울시는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서울시 측은 전면 책임감리제로 공사를 맡겼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방화대교 공사 역시 서울시가 노량진 공사와 같은 책임감리제로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또 사고 책임을 감리업체에 떠넘길 것인가. 교량건설과 같은 대형공사는 위험이 상존한다. 방화대교 사고만 해도 공사가 84%나 진척된 상황에서 발생했다. 아직 사고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어떤 경우에도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현장책임자와 감리업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발주처인 서울시가 뒷짐을 지어서는 안 된다. 무더위로 안전의식이 해이해진 탓일까. 이달에는 유난히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빈발했다. 충남 안면도 앞바다에서는 무허가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들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다. 울산 삼성정밀화학 폴리실리콘 공장현장에서는 대형 물탱크가 무너져 대학생을 포함한 3명이 숨졌다. 일본 원정산행에 나섰던 한국인들의 사망 소식도 전해졌다. 안내자도 없이 60~70대 후반 등산객들이 해발 3000m에 가까운 중앙알프스 등반에 나섰다가 악천후로 변을 당했다. 전문가도 조심한다는 험산에 가이드 없이 노령자를 올려 보낸 여행사의 만용이 놀랍다. 사고가 나면 늘 안전불감증을 개탄하고 사고원인과 책임소재를 따진 후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그런데도 사고는 이어진다. 반성과 각오에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의 기억이 남아 있는 서울시의 사고 빈발 현상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나. 방화대교 사고가 안전 최우선을 내세운 '박원순 서울시'의 마지막 공사현장 사고가 되기를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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