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지난 1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을 비롯한 기획재정부가 세종청사로 이주한 지도 반년을 넘겼다. 그러나 여전히 업무 비효율성과 인프라 부족으로 혼란스럽다. 세종청사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3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편집자 주] 업무는 이전 못한 '행정수도 1년'환경부, 상반기 출장비 34%늘어…교통.교육 등 열악한 인프라도 문제[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세종청사 공무원인 강모 과장(48)은 세종시 입주 초기엔 서울에서 출퇴근했다. 그러나 지난 3월에 청사 근처 아파트로 입주했다. 혼자 사는 동료의 아파트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은 교육문제 때문에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 강 과장은 일주일에 평균 3일 정도 서울로 간다. 국회, 업체와 간담회, 장관 업무 수행 등 관련 업무 대부분이 서울에서 열리니 가지 않을 수 없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세종시가 출범한지 지난 1일로 1년이 지났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을 시작으로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가 자리를 잡은 지도 반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비효율성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모든 업무가 서울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열리는 날이면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서울에 살다시피 한다. 심지어 아침에 서울에서 세종청사로 출근했다가 예기치 않은 일정으로 서울로 곧바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까지 국내 출장비로 13억4700만원을 사용했다. 올해 총 29억원의 출장비 예산이 책정됐는데 절반에 이르고 있다. 벌써부터 아껴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환경부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1~5월까지 출장비로 4억8600만원을 썼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6억4900만원이 사용됐다. 출장비가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세종청사 6개 부처 기획조정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국장은 1주일에 4∼5일, 과장·서기관 등 중간관리자는 3∼4일 서울 출장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청사에서 일을 하는 건지 서울에서 일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이다. 이에 따른 업무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장·차관이 모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업무보고가 연기되거나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종청사의 정부부처는 장관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도 나온다. 결재 한 번 받기가 그렇게 힘들다. 생활환경도 열악하다. 외부식당이라도 이용할라치면 최소한 10여분은 자동차로 달려야 한다. 청사주변은 1년 가까이 공사로 인한 먼지로 자욱하고, 마땅히 끼니 해결해야 할 곳도 없으니 죽을 맛이다.교육환경도 좋지 않다. 국무조정실의 이모 과장(46)은 최근 자녀가 다니던 초등학교를 옮겼다. 다니던 초등학교는 인원이 너무 많았다. 인근의 한적한 초등학교로 전학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다. 학교장이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불통의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다시 서울로 전학을 보낼까 심각한 고민 중이다.교통은 열악하다. 세종시에서 만든 반석역~세종시~오송역을 잇는 광역급행버스(BRT)이외에는 마땅한 교통편이 없다. 양모 과장은(48)은 대평리에서 3일 아침 출근버스를 기다리다 버스가 예고도 없이 오지 않아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올해 말까지 2단계 이전작업으로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와 12개 기관 등이 세종시로 이주한다. 2014년까지는 36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국책연구기관이 모두 이전할 계획이다. 부처는 끊임없이 내려오고 있는데 인프라는 부족하고 비효율성이 극대화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무원들의 불만이 폭발,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느껴진다. 문제가 있다면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현황 파악에는 소홀하다. 안전행정부는 올해 초에 종합적 실태조사를 실시한 이후 한 번도 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에 대한 공무원 인식조사'를 진행했던 한국행정연구원 류현숙 박사는 "지금은 사람이 살기 힘들다고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주거, 교통, 교육환경 등 정주환경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불만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세종=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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