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쿠데타 위협' 평가...이집트 최대 야권세력은 환영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접어든 가운데 이집트 군부가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각료가 집단 사퇴하면서 무르시 정권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영국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군부는 이날 국영TV로 생중계된 성명을 발표하고 “정치 세력은 48시간 이내로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라”면서 “국민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압델 파타흐 시시 장군은 이날 성명에서 무르시 대통령은 하야하든지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군부가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나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처음이다. 가디언은 이 경고를 ‘쿠데다를 위협했다’고 표현했지만 군은 이날 저녁 늦게 페이스북에서 올린 글에서는 이같은 경고가 쿠데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군부의 발표 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무르시 퇴진, 조기 대선을 촉구하는 수 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 사이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이집트 최대 야권 세려긴 국민구원전선(NSF)도 이날 성명을 “군의 정부개입을 위한 길을 열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군부는 이집트 국민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이런 가운데 반정부 시위에 동조하는 장관 5명이 이날 집단으로 사퇴하면서 정국 혼란의 강도는 심해졌다. 관광부와 환경부, 정보통신부 등 장관 5명이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히샴 칸딜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이집트 국영TV는 전했다.야권과 시민단체가 주축인 ‘타마로드’(반란)는 무르시에 대한 퇴진 시한을 2일까지 못 박는 등 압박 강도를 높였다. 타마로드는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무르시는 2일 오후 5시까지 사임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전면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무르시는 퇴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가디언에 “제2의 시민혁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가 조기 퇴진하면 차기 대통령의 정당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질서를 해치는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한편, 지난달 30일부터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이집트 전역에서 수 백 만 명이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무르시 찬반 세력이 무력 충돌하는 과정에서 최소 16명이 숨지고 781명 이상이 다쳤다고 국영TV가 보도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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