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케아 온다..국내 가구업계 생활소품으로 '맞짱'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가구공룡' 이케아의 한국 상륙이 확정되면서 국내 가구업체들이 특별한 방법으로 대응에 나섰다. 주력상품인 가구보다 생활소품 판매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것. 소비자들을 매장에 자주 찾게 함으로써 잠재적인 가구 구매 고객으로 포섭하기 위함이다.29일 오후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에 위치한 한샘플래그샵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가구가 아닌 그릇세트가 있었다. 의외였다. 그 옆엔 '한샘생활용품/가구 여름 축제'라고 쓰인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바겐세일을 알리기 위해 사측이 일부러 전시해 놓은 모습이었다.

▲29일 방문한 한샘플래그샵 출입구에 그릇세트가 전시돼 있다.

1층 전시장엔 한샘의 주력 가구들이 전시돼 있었다. 몇몇 방문객들이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제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한쪽에선 생경한 모습을 보였다. 내방객들이 대형마트에서 봄직한 카트를 끌고 8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 모습만 보면 여기가 가구전시장인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했다. 이곳 한샘플래그샵은 지하1층, 지상8층으로 이뤄진 6000여㎡ 규모의 전시장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진 한샘의 주력 가구들이 콘셉트에 맞춰 전시돼 있다. 7~8층은 생활소품매장인데 최근에는 어느 층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곳이 됐다. 이영찬 직매장사업부 팀장은 "여름철을 맞아 실내 인테리어를 바꾸려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29일 찾은 한샘플래그샵 생활소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실제 매장에는 주부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 대부분은 근처 주민이라는 직원의 설명이다. 가구 속에 들어가는 정리함을 사러온 주부 김영순(47)씨는 "백화점에 가기엔 좀 뭐하고 대형마트는 또 멀어서 집근처에 있는 이곳을 종종 찾는다"며 "한번 씩 올때마다 구경삼아 가구 구경도 하고 좋다"고 말했다. 한샘은 지난 2006년부터 생활소품 판매 비중을 늘려왔다. 2008년부터는 플래그숍 생활용품관에서 자체브랜드 제품 비중을 60%까지 높였다. 특히 가구와 조화를 이뤄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조명, 침구류의 매출이 좋다. 한샘의 플래그숍 매출에서 생활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80억원 증가한 336억원을 생활소품에서 거뒀다. 이영찬 팀장은 "생활소품 매출이 계속 오름세여서 어쩌면 한개층을 더 늘려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9일 찾은 리바트 스타일샵 입구에 2주년 홍보물이 걸려 있다

한샘플래그샵 바로 옆에 위치한 리바트의 스타일샵도 생활소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건물 입구에는 오픈 2주년을 맞아 생활용품과 가구를 특별세일 한다는 홍보물이 크게 걸려 있었다. 이곳은 한샘과 달리 1층에서부터 바로 생활소품을 만날 수 있었다. 한쪽에는 카페까지 차려져 있어 유동인구가 많았다. 생활소품 1~2층 담당자인 전영애 매니저는 "직장인들이나 주부들이 지나가다 잠깐 들러서 차 한잔 하고 생활소품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오면 가구까지 구경하고 가기 때문에 홍보효과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주말엔 보통 카운터에서 500여번 계산이 이뤄진다는 게 전 매니저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더욱 상승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달 초 영국 생활소품 브랜드인 ‘올라카일리’를 국내 최초로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타면서 점점 방문객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올라카일리 제품들이 전시된 2층에서 만난 30대 주부 최영인 씨는 "침대 옆 작은 수납장에 꾸밀 수 있는 제품을 사러 왔다"며 "이전엔 구매대행으로 살 수 있던 제품을 직접 살 수 있게 돼 편리하다"고 말했다. 리바트 관계자는 "올라카일리를 입점시킨 것은 고객의 다양한 선호도를 반영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국내 가구업계 양대산맥이 사업 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케아의 국내 진출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 10일 사전건축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케아의 국내 첫 직영매장인 광명점에 대한 건축허가 사전승인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허가권자인 광명시가 최종 승인하면 언제든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특히 이케아의 전체 매출에서 생활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연착륙을 위해서 생활소품에 마케팅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단시간에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에 국내 가구업계가 생활소품을 선점하려는 이유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구 시장 규모는 약 8조 원인 데 비해 생활소품은 약 10조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한국은 생활소품 시장의 잠재력이 높아 한샘과 리바트의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찾은 리바트 스타일샵 1층 내부모습

이정민 기자 ljm101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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