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마트폰에 빠진 대한민국 청소년

청소년의 18.4%가 스마트폰 때문에 생활에 장애를 겪는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기준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률은 1년 새 7%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30%에 육박할 것이다. 방치해선 안 되는 수준이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은 개인과 가정 차원을 넘어선 사회 문제다. 중독 현상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고 화를 내는 금단 증상을 보이거나 수면 부족에 따른 만성 피로감 호소에 그치지 않는다. 자극적 영상에는 반응하면서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팝콘 브레인 현상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언어ㆍ발달장애를 유발한다. 웹툰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범람하는 폭력ㆍ음란물은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하고 모방범죄에 빠져들게 만든다. 어제 미래창조과학부ㆍ교육부 등 8개 부처가 내놓은 대책은 너무 한가롭다. 건강한 이용 습관 형성을 위한 교실 운영 등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만으론 부족하다. 적어도 초ㆍ중ㆍ고교 등 교육 현장에선 학생들을 스마트폰에서 떼어 놓을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초ㆍ중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 우리도 일부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거둬 보관했다가 수업이 끝난 후 돌려주는데 마찰이 적지 않다. 교내에서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 사용을 학교장 재량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에 상정됐다. 6월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교육 현장에서 합법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도 적극 나서야 한다. 우는 아기를 달랜다고 부모 스마트폰을 쥐어 주는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취학 전 유아 중독률이 크게 높아졌다. 통신업체도 유해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한 청소년 전용폰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  '내 손안의 PC'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면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잘못 사용하면 '손안의 마약'으로 변한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줄어든 활동으로 독서, 신문 읽기,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가 차례로 꼽힌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모두 정신 문화의 피폐와 직결되는 것들이다. 청소년 사회에서 왕따ㆍ학교폭력 등 일탈 행위가 많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 아이들을 스마트폰의 노예 상태에서 탈출시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