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②편 에 이어 계속데일 스콧 구심의 좁은 존에 고전한 건 폴 마홈(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다르지 않았다. 마홈은 8일(이하 한국시간) 존을 통과한 공 가운데 4개를 볼로 판정받았다. 존을 비껴간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스콧은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게 그랬듯 오른손타자 몸 쪽을 파고드는 공에 인색했다. 몸 쪽 존을 통과한 세 개의 공을 외면했다. 스콧의 판정에 해설자는 7회부터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7회말 다저스 공격, 4번 스캇 밴 슬라이크 타석. 볼 카운트 2-1에서 마홈은 4구째로 시속 142km의 투심패스트볼을 몸 쪽에 던졌다. 공은 높이 약 61cm, 몸 쪽으로 약 19cm 떨어진 곳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판정에 문제가 없는 공. 그러나 해설자는 “지금 저 공은 또 잡아주네요”라고 했다.밴 슬라이크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랐다. 5번 제리 헤어스턴 타석. 마홈은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로 시속 132km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공은 높이 약 101cm, 바깥쪽으로 약 34cm 떨어진 곳에 들어갔다. 물론 스콧의 기준으론 볼이었다. 리그평균을 적용해도 볼로 무리가 없는 코스. 해설자는 비꼬듯 말했다. “빠졌죠?”류현진과 마홈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도 해설자의 해석은 변하지 않았다. 9회초 BJ 업튼을 상대한 켄리 젠슨은 볼카운트 2-2에서 시속 153km의 커터를 몸 쪽에 붙였다. 공은 높이 약 85cm, 몸 쪽으로 약 27cm 붙은 지점에 꽂혔다. 스콧 구심의 존을 감안하면 볼. 해설자는 “이걸 또 안 잡아주네요!”라고 했다. 젠슨은 150km 커터를 좀 더 가운데로 제구하며 루킹 삼진을 잡았다. 스콧의 좁은 존을 영리하게 파악한 투구였다.이날 해설자는 유독 구심의 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류현진이 스트라이크 존이 좁은 구심을 만난 건 처음이 아니었다. 5월 18일 애틀랜타와의 원정경기, 23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방문경기가 대표적이다. 18일 경기의 구심은 헌터 웬델스테드였다. 웬델스데드는 존에 들어온 4개의 공을 외면했다. 반면 존을 벗어난 공엔 한 개의 스트라이크도 선언하지 않았다. 23일 경기의 구심은 2년차 매니 곤잘레스였다. 역시 좁은 존을 적용한 곤잘레스는 판정의 일관성이 다소 떨어졌다. 존을 통과한 6개의 공을 지나쳤다. 존에서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4개의 공도 외면했다. 반면 존에서 벗어난 3개의 공에는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웬델스데드가 자신만의 좁은 존을 일관성 있게 판정했다면 곤잘레스는 원칙이 없는 판정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설자는 17일과 23일 모두 구심의 콜에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류현진이 호투를 펼친 경기엔 스트라이크 콜에 관대한 구심이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 5월 28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에서의 호투는 폴 애멀 구심의 후한 콜이 큰 영향을 끼쳤다. 애멀은 존을 빗나간 8개의 공에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존에 들어간 공을 외면한 건 한 번뿐이었다. 류현진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간 경기에는 대체로 존이 좁은 구심이 많이 배정됐다. 특히 4월 20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경기를 맡은 마빈 허드슨은 존을 통과한 공 4개를 외면했다. 반면 존을 벗어난 공엔 단 한 차례 콜을 했다.편파중계에도 공정성과 객관성은 유지돼야 적잖은 시청자들은 훌륭한 투수전을 선보인 경기를 스콧의 오심(?)으로 기억할 수 있다. 해설자가 경기 내내 존 설정을 물고 늘어진 까닭이다. 물론 한국국민들의 다저스를 향한 감정은 박찬호의 최전성기 시절(1996~2001) 다저스를 바라보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시청자들이 류현진이 선발등판 하는 날 다저스를 ‘우리 팀’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시청자들의 수요(Needs)에 맞춰 다저스에 유리한 시각으로 중계를 진행하는 건 결코 이상한 광경이 아니다. 다저스에 유리한 논조로 중계방송을 할수록 시청률은 올라갈 수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하듯 방송국은 시청률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다. 하지만 불특정다수에게 열려있고 방송국 운영비용의 일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공중파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누구나 시청이 가능하고(보편성) 국민의 혈세가 지원된다면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유지돼야만 한다. 물론 이런 요소의 결여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본선경기나 금메달을 두고 벌이는 올림픽 결승전이라면 어느 정도 눈감아줄 수도 있다. 류현진의 선발등판 경기는 다르다. 다저스 입장에서 중계를 할 수는 있지만 ‘다저스는 우리 편’이라고 아예 선을 긋는 건 적잖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불쾌감까지 안길 수 있다. 물론 류현진과 다저스를 모두 띄워주는 중계가 시청률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도를 넘어선 ‘남 탓’으로 류현진의 호투가 묻히고 다저스 구단의 이미지마저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게도 구럭도 모두 잃을 수 있다.류현진의 선발등판 경기 중계방송은 노골적으로 편파적이어도 괜찮다. 단 사실을 바탕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부 중계진의 언행은 방송의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 한 스포츠캐스터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스포츠 중계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담겨져 있다.”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스포츠부 이종길 기자 leemea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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