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다저스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은 호투했다. 7.2이닝을 던지며 6피안타 1실점했다.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최근 3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8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류현진도 좋았지만 상대선발 폴 마홈의 투구도 훌륭했다. 7.1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을 남겼다.사실 류현진과 마홈에게 주어진 환경은 가시밭길이었다. 이날 구심이 데일 스콧이었던 까닭이다. 다른 메이저리그 심판들에 비해 스트라이크 존이 좁은 것으로 유명하다. 스콧의 존은 오른손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좌우가 각각 5.1~7.7cm 정도 좁아진다. 왼손 타자의 경우엔 15.3~18.3cm 정도 바깥쪽 존의 콜에 인색해진다. 야구공의 지름이 7.3cm 정도란 점을 감안하면 오른손타자에겐 좌우로 공 반개 정도, 왼손타자에겐 바깥쪽 공 2개 정도를 볼로 판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류현진과 마홈은 모두 스콧 주심의 좁은 존에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미 경기 전 구심의 성향에 대한 리포트를 읽었기 때문이다. 빅리그의 스트라이크 존빅리그 30개 구단은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할 때 상대 선수에 대한 내용만을 기술하지 않는다. 심판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킨다. 심판 개개인의 스트라이크 존과 성격, 심지어 오심 일지까지 기록한다. 이런 리포트는 구단들 사이에서 ‘영업 비밀’로 분류되지 않는다. 시즌 초 출입기자들에게 가이드북을 건네며 심판에 대한 리포트를 첨부해준다. 다수 구단이 민감해하는 심판이 구심을 보는 경기에선 당일 나눠주는 보도 자료에 해당 심판에 대한 리포트를 따로 배포하기도 한다. 빅리그 심판들의 존 설정이 제각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야구 규정집에 나온 스트라이크 존의 범위와 실제경기에서 적용하는 스트라이크 존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단 점 ▲일관성만 지킨다면 심판 개개인의 존 설정을 인정해주는 미국 특유의 야구문화다.야구 규정은 스트라이크 존의 상하 범위로 무릎 아래에서 겨드랑이 부분까지를 인정한다. 좌우는 공이 홈 플레이트 위를 지나가면 된다. 규정대로 스트라이크 콜을 할 경우 리그엔 재앙이 도래할 수 있다. 데드볼 시대(1901~1919년)를 능가하는 극단적인 투고타저다. 그래서 지금의 스트라이크 존은 리그사무국과 선수노조(MLBPA), 심판노조 삼자간의 이해관계 조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폴 마홈[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2013년 빅리그의 평균적인 스트라이크 존은 오른손타자 상대 시 홈 플레이트 한가운데를 기준으로 몸 쪽으로 30.5cm, 바깥쪽으로 33.5cm 정도다. 왼손타자 상대 시엔 몸 쪽으로 24.4cm, 바깥쪽으로 29.7cm 정도다. 상하는 왼, 오른손타자 관계없이 거의 동일하다. 지면을 기준으로 55~107cm 정도다. 설정된 리그평균 스트라이크 존은 피치 에프엑스(Pitch F/X) 데이터를 통해 경기 직후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문자중계인 게임데이나 MLB At Bat를 통해서도 Pitch F/X와 유사한 로케이션 차트(Location Chart)를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 있다.리그 평균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스트라이크 콜은 구심의 재량에 맡겨진다. 이는 수치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존의 상하설정은 리그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좌우에선 조금 차이가 생기는데 그 폭은 15cm 정도다. 공 2개 정도까지 구심의 재량으로 인정해주는 셈이다.리그사무국은 매년 심판들을 상대로 고과점수를 매긴다. 그 기준은 구심 개개인의 스트라이크 존과 얼마나 일치하는 판정을 내렸느냐다. 이날 구심을 맡은 스콧은 1981년부터 33년째 빅리그 심판으로 일하고 있다. 전체 심판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스콧이 좁은 스트라이크 존에도 빅리그에서 계속 일하는 건 일관성을 그만큼 잘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야구인 출신 해설자와 기자들은 류현진이 빅리그 신인이다 보니 루키 존(Rookie Zone)이라 불리는 텃세에 시달린다고 불평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금은 일반인들도 Pitch F/X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0.1cm 단위까지 로케이션 차트(Location Chart)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물론 빅리그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매년 오심이 발생한다. 30여 년 전부터 기계가 판정을 하자는 대안이 제시됐지만 빅리그는 인간이 심판원으로 배치돼야만 한단 신념을 꺾지 않고 있다. 그들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실수를 반성하고 그 실수를 줄이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②편에서 계속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스포츠부 이종길 기자 leemea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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