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 힘든 사회..대물림 기업 전성시대

국내 주식부자 상위 20명 살펴보니..'샐러리맨의 신화' 웅진 STX 위기김준일 락앤락 대표만 창업성공[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부의 대물림만 남았다." 웅진과 STX가 차례차례 쓰러지자 샐러리맨의 신화는 사라졌고, 국내 경제 생태계에는 자본의 상속만 남았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중소기업의 육성을 정책 화두로 제시했지만 오히려 부의 대물림은 고착화되고 있다.
국내 주식 부자 상위 20명 가운데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할아버지나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2, 3세다. 자수성가가 나타날 수 없는 사회가 됐다는 뜻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극히 드문 예외였다.백과사전 영업사원 출신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독특한 사업구상을 통해 경영능력을 구현해왔다. 학습지 출판에서 출발한 웅진그룹은 생활기기 대여사업에 이어 태양광과 건설업까지 영역을 확장해왔다. 평사원으로 출발해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중공업에서 조선, 해양으로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늘렸고 재계 순위 13위에 오르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신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현재 검찰은 윤석금 회장 등 웅진그룹 경영진을 대상으로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강덕수 회장 역시 채권단이 지분 매각 의사를 내보이면서 그룹이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 두 그룹 모두 급속한 사업확장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이, STX도 STX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STX는 유럽발 조선해운업 불황이 위기를 부채질했고 웅진은 신사업으로 투자했던 태양광 사업에 발목이 잡혔다.백영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발 태양광 공급과잉이 4, 5년 전부터 시작됐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후발업체들도 시장에 참가하면서 수요 대비 공급과잉이 과했다”며 “웅진에너지 같은 국내 업체들이 기술이나 내구성 차이가 있어서 경제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특히 그룹 구조에도 붕괴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계열사들이 부채를 갚지 못하자 보증을 섰던 지주사까지 도미노처럼 어려워진 것이다. 지주사 체제는 삼성전자나 현대차그룹이 유지하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에 비해 계열사끼리 서로 지탱해줄 수 없어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이 같은 웅진과 STX의 흥망성쇠로 한국 경제 구조는 더욱 고착화하는 계기를 맞게 됐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국의 50대 부자 가운데 78%인 39명이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 2, 3세다.1위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위와 3위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차지했다. 이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랭킹 19위까지가 모두 부친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재벌 2, 3세 기업인이다. 창업 기업인 부자는 식품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이 20위를 차지했고, NHN의 이해진 대표는 6억달러로 21위였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한국 경제 하에서 이미 부라는 것은 시스템화 됐고 역동적이지 않다는 것”이라며 “일반인들은 부의 소유에 대해 꿈꾸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재벌의 상속과정에서 나타나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상장기업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 중소기업이 경쟁에서 배제되거나 시장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는 위험 등이 나타난다”며 “최근 경제민주화 모토 하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세법 등에서 규제하거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오현길 기자 ohk041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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