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내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집권 첫 100일은 5년 국정의 밑그림을 짜는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안팎의 악재로 순탄치 않았다. 정부 출범이 늦어진 데다 잇단 인사 파동으로 혼란을 겪었다. 북한의 도발 위협과 개성공단 잠정 폐쇄, 어려운 경제, 사회 갈등의 분출 등 시련도 잇따랐다. 박 대통령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라고 했던 그대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출발은 험난했지만 국정 운영은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다. 특히 안보와 외교 분야는 점수를 받을 만하다. 북한의 거듭된 위협에도 '도발엔 단호하게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 놓는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중심을 잡고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줬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 등 빈틈없는 대북 공조를 확인한 것도 긍정적이다. 중국과의 대북 공조 가능성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러나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고 하기엔 기대에 미흡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인사 난맥상과 불통 논란이 대표적이다. '나 홀로 인사'는 총리ㆍ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를 불렀다. 급기야는 해외 순방 중 '윤창중 사태'라는 초유의 나라 망신까지 당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지연된 것도 근원은 야당과의 소통 부족이다. 밀양 송전탑 사태 등에서 드러난 갈등 조정 시스템 부재도 풀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제 각축전에 대처하는 전략이나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뚜렷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중소ㆍ벤처기업 활성화, 부동산 대책 등 속도감 있게 경기 대응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정책 비전은 명확하지가 않다.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의 실체는 여전히 모호하고 고용률 70% 역시 아직은 선언적 구호일 뿐이다. 취임 후 첫 100일에 성과를 기대하는 건 성급한 일이다. 시행착오를 돌아보고 문제점을 보완해 국정 운영의 틀을 제대로 짜는 게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말했듯 우리 경제는 지금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소통과 국민화합을 바탕으로 성장 동력의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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