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자 갑의 횡포, 이제 그만'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갑을 행태'는 비단 '라면 상무' '제빵 회장' '남양유업 사태'와 같은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공복(公僕)으로서 응당 국민에 봉사해야 할 공무원이 되레 '갑(甲)'으로 군림하며 횡포를 부리는 일이 허다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공직자 행동강령 사례집 2013'은 공직자의 일그러진 '슈퍼 갑'행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고백록이나 같다.  수법은 다양하고 교묘하다. 한 중앙행정기관 부이사관은 산하 단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적으로 쓰면서 수시로 골프 접대도 받았다. 모 광역자치단체 간부는 '해외 선진사례 연구'를 핑계로 민간 업체에 동남아 관광여행에 술 접대까지 요구했다. 공직자 행동강령을 시행한 지 10년이 됐지만 일부 공무원의 '갑질'은 여전한 것이다.  업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딸의 결혼식 청첩장을 돌린 것도 모자라 불참한 업체에도 알려 달라고 한 몰염치한 기관장도 있다. 직원 체육대회를 열면서 업무 관련 업체에 경품 협찬을 요구하는 등의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오죽했으면 권익위가 사례집을 발표하면서 '공직자 갑의 횡포, 이제 그만'이라고 제목을 달았을까.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부패 척결 의지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이른바 '김영란 법'의 개악 움직임이 단적인 예다. 원안은 직무상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금품을 받거나 요구, 약속하는 공직자를 형사처벌토록 했다.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직무 연관성이 확인됐을 때만 형사처벌하고 직무 관련성이 없을 때는 과태료만 물리자는 쪽으로 후퇴했다. 공직자 스스로 자신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겠냐는 국민 우려가 현실화할 판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일그러진 공무원의 행태는 청산돼야 한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정부는 공직 사회에 관행처럼 퍼져 있는 '갑의 횡포'를 찾아내 자정 운동을 벌여야 한다. 민간 업자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등 부정한 청탁은 결국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업무 처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공직자에게 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도 '김영란 법'은 원안을 되살리는 게 옳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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