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캐머런 총리 조세핀처인 영국령에 탈세조치 취하라고 서한 발송했지만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고양이 목에 방울 달 수 있을까?”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기업 탈세방지책을 논의하기 위한 주요8개국(G8) 회의를 앞두고 케이먼 제도 등 영국령은 탈세를 종식시키라는 서한을 발송하자 이같은 말이 나오고 있다.서한이 발송된 나라는 버뮤다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지브롤타,카리브해의 앙귈라,몬트세라트,터크스케이커스제도,영국해협 채널제도에 있는 건지와 프랑스 북부연안에 있는 저지,영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의 아일랜드해 중앙의 맨섬 등이다.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20일 캐머런 총리는 이들 국가에 보낸 서한에서 탈세방지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고 공개했다. 캐머런 총리는 서한에서 “기업의 실소유주가 누구이고 누가 지배하는 지를 알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영국이 기업 비밀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한 주요 8개국(G8) 회의를 여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총리는 이어 이들 국가에 모든 기업들의 실소유주와 지배자들의 정보를 취합할 중앙 기구를 설립하고,관련 정보를 사법당국과 세무당국이 쓸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캐머런 총리는 아울러 이들 국가에 다음달 15일 열리는 회의에 참석,그간의 진전사항을 보고할 것도 주문했다.캐머런 총리는 서한에서 “세금을 낮게 책정할 권리는 있지만 세금도 정당하게 납부되고 이를 위한 법률이 정해지고 공정하게 집행돼야만 지속가능하다”면서 “특정국가의 탈세가 다른 나라로 옮겨간다면 탈세를 처리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단언했다.뜻은 좋지만 총리가 탈세 방지책을 세우라고 서한을 보낸 영국령들은 영국과 러시아,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선호하는 ‘조세피난처’라는 게 문제다. 이들은 껍데기 뿐인 서류상의 회사를 차려놓고 한 사람이 여러 회사의 이사와 대표 이사를 맡게 해서는 전세계 갑부들의 재산을 맡아서 관리해주는 대가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러시아의 14위 억만장자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는 95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버진아일랜드와 키프로스 등지에 감춰 놓아 부인과 5년째 재산분할 다툼을 하고 있다. 모나코에 살고 있는 리볼로블레프는 반고호와 모네,피카소 등 고가의 미술품을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회사가 소유케하고 싱가포르에 보관하고 있다. 개인 재산 200억 달러로 러시아 최대 갑부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재산의 대부분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지주회사로 이전했고, 빅토로 베크셀베르크도 148억 달러의 대부분을 바하마제도에 설립한 ‘레노바 홀딩스’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영국의 의류체인 재벌인 필립 그린은 런던에 세운 투자회사를 통해 의류 체인을 지배하고 있는데 이 투자회사를 저지섬에 세운 지주회사가 지배하고 있다. 이 지주회사는 모나코에 사는 부인 소유여서 그린은 투자회사가 부인에게 지급한 12억 파운드(미화 23억 달러)의 배당금에 대해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아예 세금피난처에 서류상의 지주회사를 설립해 소유권을 이전해 세금을 내지 않는 억만장자도 부지기수다. 케이먼제도는 역내에 설립한 펀드에는 소득이나 투자에 대해 어떤 형태의 세금도 물리지 않아 억만장자들이 애용하는 피난처다. 이런 식으로 빼돌린 재산규모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나다.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는 부자들이 역외에 감춰놓은 재산이 2010년 말 현재 32조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제임스 헨리의 조사에 따르면, 10만 명 미만의 부자들이 보유한 역외재산은 9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블룸버그통신은 “합계자산이 2조8000억 달러인 세계 200대 부자의 30% 이상이 재산을 역외 지주회사나 간접으로 지배하는 국내 법인을 통해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구조는 과세당국으로부터 재산을 감출뿐더러 정부의 압류나 소송으로부터 보호해준다”고 설명했다.영국령들은 이런 갑부들을 다른 나라로 뺏길 게 뻔한 탈세방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길까?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기 어렵듯이 조세정의가 실현되는 곳에서는 재산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아는 억만장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과연 조세피난처들이 방울을 달지 궁금하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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