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국유기업 구조개혁 지연에 따른 금융시스템 붕괴가 근인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구조개혁 지연이 베트남의 고질( 痼疾.고치기 어려운 병)이다”국제통화기금(IMF)가 최근 베트남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밝힌 이유다.블룸버그통신은 7일 IMF는 베트남 은행 부문과 국유기업 구조개혁 지연 때문에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보도했다. IMF는 지난달 29일 베트남의 올해 성장률을 당초 전망치 5.8%에서 5.2%로,내년 전망치를 6.4%에서 5.2%로 각각 크게 낮췄다.블룸버그는 IMF의 베트남 올해 성장률 전망 하향은 동남아 국가 중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이며, 내년 전망치 하향조정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산자이 칼라 IMF 하노이 대표는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베트남 정부가 의도한 개혁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뜻하는 신호”라면서 “구조개혁이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말했다. 쯩 찌 쭝(Truong Chi Trung) 베트남 재무부 차관은 6월에 국유 기업 구조재편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지난 2월 밝혔지만 아직까지 눈에 띠는 것은 거의 없다.블룸버그는 특히 응웬 떤 중 총리 정부는 베트남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은행 부실 채권 해결을 위한 자산운용회사 영업개시 시한인 3월 말도 이미 지나쳤다고 지적했다.베트남 경제는 지난해 성장률이 5.03%로 1999년 이후 23년 사이에 가장 낮을 정도로 급속도로 둔화됐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4.89%에 그쳤다.베트남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연초부터 지난 3월까지 무려 7차례 금리를 인하했으나 별다른 효험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베트남은 또 4월에 예상보다 큰 폭인 10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게다가 2012년 9월이후 가장 낮다고 하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61%로 예사 수준이 아니다.식품과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다. 은행들은 대출 여력이 있지만 불투명한 경제전망과 자체 대차대조표 때문에 대출을 꺼리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이 지난해 3월 말까지 무려 7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여신증가율은 지난 해 말부터 4월23일까지 단 1.4%에 그칠 만큼 금융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성장의 기폭제를 터뜨리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다시 말해 비대하고 비효율의 대명사인 국유기업을 과감히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개편을 단행하고 금융시스템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IMF는 18일간의 베트남 방문 뒤 “베트남을 더 높고 지속가능한 성장도상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금융과 국유기업 개혁을 가속화해야 하며 특히 계획한 구조개혁을 ‘단호하게’ 실행에 옮기고 추가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IMF는 이를 위해 베트남 은행의 합병 뿐 아니라 지배구조의 개선,증자,예금자 기반강화, 대출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권고했다.이런 맥락에서 자산운용회사 설립은 매우 중요하다.부실자산 매각을 통해 일부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은행 증자 문제는 언급조차 없는 등 은행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장기플랜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고 공기업 주식매각도 지지부진하다. 신흥국인 베트남이 자칫 선진국에서나 볼법한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형국이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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