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앞둔 신고리 3·4호기 현장 찾아보니.. 지진·쓰나미 견뎌낼 방책 다양
▲신고리 3,4호기
[울산=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에 들어서는 대규모 원전타운을 찾아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해안을 따라 둘러쳐진 거대한 해안방벽이다.고리 1·2호기 근처 반경 2㎞여 구간에 두께 15~50㎝, 높이 7.5~9m로 구축됐던 해안방벽을 두께 1.85m, 높이 10m, 총 길이 2.1㎞로 보강한 때문이다. "이 해안방벽은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할 경우 든든하게 원전을 보호하는 역할입니다." 신고리 원전 3·4호기 건설현장 관계자의 설명이 뒤따랐다.이렇게 방벽을 강화한 이유는 단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비롯됐다. 후쿠시마 원전은 내진 설계 덕분에 규모 9.0의 강력한 지진은 견뎌냈지만, 10m가 넘는 쓰나미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바로 이웃나라에서 이 광경을 지켜 본 우리 국민들도 원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정부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안전장치를 더 높인 것이다.고리원전 관계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국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원전 안팎에 강화되는 안전조치= 원전타운 안쪽에는 지난 2012년 준공해 상업운전 중인 신고리원전 1·2호기에 이어, 신고리 3·4호기가 준공을 앞두고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거대한 콘트리트벽과 사방이 철판으로 둘러싸인 원전은 핵연료 주입을 앞두고 시험운영 중이었다.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신고리 3·4호기는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인 APR-1400(Advanced Power Reactor)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원전이라는게 특징이다. 우리 기술로 독자개발한 APR-1400은 발전기 출력이 시간당 1400MW로 국내 최대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APR-1400은 향후 세계 원전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원자로로, 이미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돼 세계 원전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고리 3·4호기는 기존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적용)에 비해 안전성과 경제성이 향상된 진일보한 제3세대 원전이다. 첨단 정보기술(IT)이 접목돼 모든 시스템이 디지털로 제어된다. 또한 수중 취·배수 방식을 적용, 온수 배출 문제를 해결해 친환경적인 원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고리 3·4호기는 현재 98.6%의 공사 진척률을 보이고 있으며, 품질서류 일치성 확인 등 안전성 추가 확보를 위해 일련의 조치를 수행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약간 지연되고는 있으나 금년 중 신고리 3호기의 운영허가를 취득해 시운전에 돌입, 동계 전력수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신고리3,4호기
◆국산기술 적용된 신고리 3·4호기= 우리의 원전 기술이 그대로 압축된 신고리 3·4호기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신형원전의 최초 건설사업으로 원전 해외수출의 효시가 된 UAE원전의 참조 발전소이기도 하다. 그동안 건설 주요단계마다 UAE의 주요 인사뿐만 아니라 원전 도입에 관심이 많은 핀란드, 남아공 등 국가의 주요 인사들의 방문이 빈번해 추가 원전수출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신고리 3·4호기는 기존 한국표준형원전과는 다른 원전이다. 설비용량의 차이와 더불어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안전설비를 대폭 개선해 발전소를 더욱 안전하게 설계했다. 건설계획 단계부터 안전기준과 검사, 시험 등 제반 요건을 엄격히 적용했다.한수원이 두산중공업 및 한국전력기술 등과 공동 개발한 APR-1400은 안전성에서 경쟁국인 프랑스(EPR), 일본(ABWR), 미국(AP1000) 원자로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간공학적인 주제어실과 중대사고 대처능력이 크게 향상돼 다른 원자로보다 경쟁력이 뛰어나다. 신고리 3·4호기는 발전기와 터빈 등 대부분의 장비·장치가 우리기술로 만들어졌다. 핵심기술 개발 및 설계, 실험, 실증 등에 연구인원 2000여명이 투입됐다. 원전 운전의 핵심인 주제어실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 대신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발전소 정보 분석은 물론 감시와 제어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수행해 발전소 안전운전에 대한 신뢰성을 향상시켰다. 신고리 원전 3·4호기는 냉각수로 이용하는 바닷물을 동해바다 수심 15m 깊이에서 끌어들인 후 다시 수심 15m 깊이에서 배출하는 친환경적 수중 취·배수 방식을 적용했다. 온수 배출로 있을 수 있는 바다 생태계의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다. 또한 60년에 달하는 설계수명을 자랑한다. ◆규모 7.0이상 지잔에도 안전성 확보=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작년 가동원전 일부 부품의 부적합 사례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원전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안전성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신뢰강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다.후쿠시마 사고 후 시행된 정부의 안전점검 결과 도출된 50개 조치사항 중 비상전원설비 침수방지 조치, 이동형 비상발전기 차량확보 등 33건의 개선대책을 신고리 3·4호기에 선제적으로 적용해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내진설계 기준도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초대형 지진사고에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원전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방어벽을 설치했다. 원전연료와 연료봉을 싸고 있는 1·2차 방벽과 함께 3차 원자로 용기(25cm 두께), 4차 원자로 건물 내벽(6㎜ 철판), 5차 원자로 건물 외벽(120cm 철근 콘크리트) 등 총 5단계 방벽으로 된 원형의 격납건물이 설치된다. 이 격납건물은 비행 중인 비행기가 충돌해도 견딜 정도로 견고하다. 신고리 3·4호기에 적용된 신형 가압경수로는 비등형인 일본 원전과 큰 차이점을 보인다. 일본 원전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증기로 직접 터빈을 돌리는 방식을 쓰고 있는 반면 한국형 원전은 원자로와 터빈이 분리돼 있다. 원자로 내부에서 물을 끓이지 않고 가열된 물을 증기발생기로 보내 물을 끓이고 증기를 발생시켜 간접적으로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유사시에도 방사성 물질이 격납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신고리 3·4호기에는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수소제거 설비가 설치된다. 가압경수로는 원자로를 둘러싼 격납용기가 비등경수로에 비해 5배 정도 크다. 부피가 크면 내부압력이 서서히 올라가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길다. 원자로 내에 수소가 축적됐을 경우, 가압경수로는 비등경수로와 달리 촉매를 이용해 격납용기 내의 수소를 재결합해 물로 만들어 주는 장치, 수소를 연소해 농도를 낮추는 기기 등 수소제어 설비들이 갖춰진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전 시공에 있어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40년 이상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철저한 공기 준수와 효과적인 건설 관리로 원전 안전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소연 기자 mus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박소연 기자 mus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