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는 갑(甲)?···스마트폰 강국 '모바일 갈라파고스' 전락

글로벌 1·3위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LG, 이통사 입김에 국내 제품 기능 제한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나라 제조사가 정작 국내에서는 갑(甲)인 이동통신사들의 입김에 제품 기능을 제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출시 제품에 기본 탑재되는 기능이 국내 판매 제품에서는 빠지는 것이다. 이통사가 제조사의 발목을 잡으면서 스마트폰 강국이 '모바일 갈라파고스'를 면치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제조사들이 스마트폰에 신기능을 탑재하는 과정에서 이통사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포기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갤럭시S4의 국내 모델에서 '듀얼 비디오 콜(영상통화시 전ㆍ후면 카메라를 통해 앞뒤 화면을 함께 비춰주는 기능)'이 빠진 것도 이통사들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듀얼 비디오 콜 기능은 삼성전자의 '챗온 음성&영상'에서 지원하는데 유럽에 출시된 갤럭시S4에는 챗온 음성&영상이 기본 탑재돼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국내 모델에도 챗온 음성&영상을 선탑재하려고 했으나 이통사가 고화질(HD) 영상통화 수익 감소와 트래픽 증가를 우려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국내 사용자들이 이 기능을 이용하려면 챗온 음성&영상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이통사들이 제조사 서비스를 제한하는 게 하루이틀 사이의 일은 아니다. 2011년 출시된 갤럭시S2의 경우 글로벌 제품에는 소셜 허브, 게임 허브, 뮤직 허브, 리더스 허브 등의 기능이 탑재됐지만 국내 제품에는 일부 서비스가 도입되지 않았다. 국내 출시는 무산됐지만 SK텔레시스도 윈2에 보도채널 뉴스를 한국어·영어 음성으로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이통사가 다른 뉴스를 고집하면서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더 나아가 글로벌 서비스 명칭까지 바꾸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퀵 보이스'라는 음성인식 기능을 선보였지만 SK텔레콤이 자사의 음성사서함 서비스인 소리샘의 영문명과 동일하다고 지적하면서 LG전자는 퀵 보이스를 'Q 보이스'라는 명칭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퀵 보이스는 자연어 처리 능력이 뛰어나고 반응 속도가 빨라 호평을 받았지만 서비스 명칭 변경에 시간이 걸리면서 LG전자의 마케팅에도 제동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쟁을 치르는 제조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시장이 글로벌 시험 무대의 성격이 짙은 만큼 글로벌을 겨냥한 새로운 기능들을 국내에서 적극 시도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기회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소비자들이 누리는 서비스들을 부러워만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곤 한다. 스마트폰 강국 한국이 '모바일 갈라파고스'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 아무리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커졌다 하지만 이통사 중심의 유통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제조사는 이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제조사들이 국내에서는 이통사에 쩔쩔매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꼬집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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