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南北… 갈 곳 잃은 서울시 남북협력기금

서울시, 2004년 200억 편성… 현 보유 187억남북관계 악화로 예산 편성하고도 ‘개점휴업’인천·경기 마찬가지… 올해 사업추진도 ‘글쎄’[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최근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금지조치 등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 집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잔여기금에서 편성한 49억원을 한 푼도 사용하지 못했고, 67억원과 28억원을 배정한 경기도와 인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개선될 것으로 보였던 남북관계가 오히려 적대국면으로 돌아서면서 지자체발 남북협력사업이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게 됐다. 서울시가 남북간 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기금을 조성한 건 지난 2004년이다. 1990년 8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2004년 ‘서울특별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직후였다. 당시 서울시가 기금형태로 확보한 자금은 총 200억원. 이 중 매년 40~5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기금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44억원, 올해 역시 49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환경 및 보건의료 ▲영유아 등 취약계층 지원 ▲문화체육 교류 등 6개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올해 서울시의 목표였다. 문제는 좀처럼 남북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예산을 편성하고도 집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금 편성 이후 서울시가 관련 사업에 들인 비용은 총 66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5년(2008~2012년)간 내역만 봐도 2008년 평양조선종양연구소 의료장비 마련에 8억원을 시작으로, 2009년 옥수수 지원 10억원, 2010년 북한 수해지역 구호품 지원에 2억3500만원 등 예산이 집행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인 2011년에는 단 한 푼의 예산도 투입하지 못했고, 지난해에도 2억4000만원만 집행하는 데 그쳤다. 주무부서 공무원들 사이에서 ‘예산이 있어도 문제’라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올해 계획에 포함됐던 ‘경평 축구대회’와 ‘서울시향 평양 공연’ 등은 남북간 접촉이 전무해 사실상 개최가 물 건너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지지부진함 속에 올해 현재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은 187억원(잔여분 이자 포함)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남북교류사업의 특성상 서울시가 독단으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고 중앙정부의 정책기조와 발맞춰야 하는 측면도 있다”며 “상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서울시 남북협력위원회, 통일부 등과 논의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건 북한과의 접경지가 많은 경기도와 인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보다 2년 앞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해 온 경기도 역시 ‘집행’은 없고 ‘편성’만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60억원에 이어 올해 67억원의 집행계획을 세웠지만 정부가 사업승인에 난색을 표하면서 모든 사업은 ‘올스톱’ 상태다. 2010년 정부의 ‘5.24 대북제재조치’ 이후에는 사업승인이 단 한 건도 없었을 정도다. 2005년부터 사업을 벌여 온 인천도 28억원(총 4개 분야, 10개 사업)의 예산이 무색할 정도로 북한과의 접촉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관계자는 “한반도 위기가 어느 때 보다 고조돼 있어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분위기로 볼 때 상황이 급반전되지 않는 한 올해 사업추진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인천시 관계자 역시 “특히 서해상에서의 긴장완화를 위해 올해도 4개 분야 사업을 계획했지만 첫 발도 못 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예산 집행도 최근 5년 동안 가파른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82.2%에 육박했던 기금 집행률은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 18.1%까지 곤두박질쳤고, 이후 7.6%(2009년), 7.7%(2010년), 4.2%(2011년), 6.9%(2012년)로 4년 연속 한 자리 수에 머물렀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지난해(1조60억원)보다 약 9% 늘어난 1조979억원이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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