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공매도에 항복한 코스닥 대장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업체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주식과 경영권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서 회장이 현재가치대로 지분을 팔면 무려 1조7000억원이나 되는 대박신화를 쓰게 된다. 하지만 서 회장의 매각발표에 마냥 박수를 칠수도 없는 게 투자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심정이다. 서 회장은 지난 1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막강한 공매도 세력 앞에 코스닥 시총 1위 업체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생명공학회사,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걸맞는 글로벌 제약회사를 만들어보겠다는 신념으로 한 길을 걸어왔지만 2년에 걸친 공매도 세력과 전쟁으로 지쳤다고 하소연했다. 공매도 세력을 좌시한 감독당국에도 일침을 날렸다. 정상범위를 벗어나는 공매도 행위 등에 대해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2년간 셀트리온이 공매도에 시달린 것은 사실이다. 서 회장에 따르면 지난 2년여동안(2011년 4월1일~2013년 4월15일),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중 412일(95.4%)동안 공매도가 지속됐다.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셀트리온보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은 72개나 된다. 6개월로 확대해도 50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삼성, LG그룹 등 10대그룹 소속 우량회사들이다. 물론 어떤 회사도 공매도 세력때문에 경영권을 팔겠다고 하지 않았다. 불법 공매도로 단기간 주가를 흔들 수는 있지만 장기간 주가를 왜곡하는 것은 어렵다. 회사가치보다 저평가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장기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가 반등하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이런 시장의 시스템이 유독 셀트리온에만 작동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서 회장은 공매도 세력이 악성루머까지 동원, 회사를 더욱 힘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악성루머는 셀트리온의 매출 방식에서 기인한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헬스케어란 관계회사를 통해 판매한다. 문제는 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서 산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바로 판매하지 못하고 재고로 쌓아두고 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바이오시밀러 제품 3273억원어치를 팔았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를 해외시장에서 하나도 팔지 못했다. 국내에서만 셀트리온제약에 300억원대 매출을 올렸을 뿐이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은 지난해에만 2981억원 증가, 6788억원으로 늘었다. 서 회장은 "항체 의약품은 재고를 만들어놔야 판매 승인 절차를 밟을 수 있고, 승인 절차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평균 9~10개월가량의 제품 재고를 쌓아야 하는 산업 특수성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서 회장이 빚까지 내 자사주를 사는 초강수를 뒀지만 시장 반응이 시큰둥했던 이유다. 이해할 수 없는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서 회장 말대로 올 여름 램시마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이 나고, 실질적인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한다면 악성루머와 공매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공매도와 루머가 기업을 힘들게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펀더멘탈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서 회장의 항복선언이 안타까운 이유다. 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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