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올레순드 근교 시킬번에 위치한 에코르네스 공장 전경.
[시킬번(노르웨이)=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왜 업계 평균보다 높은 연봉을 주냐고요? 간단합니다. 직원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누려야 제품의 질도 좋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의자 브랜드 이름처럼 직원들도 스트레스가 없는(스트레스리스·Stressless) 셈입니다."노르웨이 북서쪽의 아름다운 관광도시 올레순드(ALESUND)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마을 시킬번. 인구가 7500명에 불과한 이 작은 마을에는 노르웨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의 공장이 있다.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안락의자인 리클라이너의 원조인 '스트레스리스'를 만드는 노르웨이 대표 가구기업 에코르네스(Ekornes)다. 개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스트레스리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 두고 사용해 화제가 됐다.부산히 움직이는 기계팔 옆에서 에코르네스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가구를 만드는 전 공정은 기계를 통한 자동화가 상당부분 진행됐지만, 직원들이 여전히 기계와 공존하고 있다.
에코르네스는 유난히 높은 연봉으로도 유명하다. 평균연봉이 400만 크로네(한화 8000만원 상당)로, 연매출(한화 5500억원)의 15~20%가 직원 연봉으로 지출된다. 옐리아나 등 동종의 노르웨이 회사들마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 동유럽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과는 대조된다. 공장 곳곳에는 직원의 건강을 배려하고 여유를 주는 여러 가지 장치가 숨어 있었다. 각 층에는 자사의 생산품인 스트레스리스 의자가 휴식용으로 구비되어 있었고, 식당에도 쇼룸 겸 직원들이 휴식할 수 있는 용도로 수십 개의 스트레스리스가 놓여 있었다. 기계설비 사이에 근육을 풀어주는 기계도 설치했다. 한 시간 일하면 5분은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있어 라인에는 빈자리가 드문드문 보였다. 여직원들은 피오르드와 설산이 내다보이는 탁 트인 창문 앞에서 가죽을 박음질하는 봉제작업을 하고 있었고, 마무리 포장작업을 진행하는 직원들도 잡담하고 웃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킬번 지역사회와의 상생발전을 위해 어린이들을 위한 소셜클럽이나 풋볼클럽, 스키대회를 열기도 한다. 공장까지 오는 길목에 놓인 다리도 에코르네스가 직접 건설했다. 시킬번 인구의 14%가 에코르네스에 취업하고 있어 주변에는 실업자가 없다. 호건 씨는 "지역사회 주민들이 행복하면 공장에서 일할 때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공헌을 늘리고 있다"며 "비용대비 결과를 생각한다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복지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 과다한 비용 지출로 기업 생태계서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는 기우다.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제일 먼저 진출한 곳(1963년)이 노르웨이임에도 에코르네스가 국내 매출 5대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 그 방증이다. 경쟁브랜드인 피오르드, 스토달보다도 매출규모가 10배 이상 크다. 최근에는 사무용 가구시장에도 진출하며 브랜드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미국에는 지난달 출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으며 국내에도 11월 에이스침대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호건 씨는 "금융위기 이후 다른 가구회사들의 매출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매출 규모가 줄어들지 않은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난해는 마진(영업이익률)이 15%를 기록하는 등 성과도 좋았다"고 말했다.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