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개성공단 '잔인한 4월'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1시간으로 예정된 회의는 20분을 추가로 넘기고도 그칠 기미가 없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원사 123개가 처음 전체 모임을 가졌다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열띤 토론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2003년 첫 삽을 뜬 이후 각종 수난을 겪으면서도 사업을 진행해 온 입주 기업들의 표정이 그대로 읽혀졌다.9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원사 123개가 긴급히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 내내 입주기업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강력히 전달하자는 강경파와 과격한 발언은 득이 될게 없다며 정상화에 대한 의견이 충돌하면서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한재권 협회장의 거듭된 중재로 '범 중소기업계 대표단의 방북을 추진하겠다'는 선에서 이날 회의의 결론을 냈지만 대표단을 어떻게 구성할지, 시기는 언제 쯤으로 할 지 등 후속대책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개성공단 진입 조차 허용안하는데 실효성이 있느냐', ' 호소문이 아니라 근본적인 피해 손실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불만도 나왔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입주기업들 조차 갈등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같은 날 국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지금은 도발과 비난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북특사 파견을 제안했다. 이를 놓고 이한구 새누리당 원대대표는 "북한이 겨냥하는 목표는 어떻게든지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남한을 제쳐놓은 채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겠다는 생각인데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은 북한의 전략에 그대로 말려들어 가는 한가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연평도 이슈에도 조업을 중단하지 않은 개성공단이 출범 9년만에 기계를 세운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여야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바빴던 것. 정상화 대책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남북협력으로 조성된 개성공단은 다른 생산현장과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정ㆍ경 논리가 적용된다면 제 2의 중단 사태는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지금은 입주기업과 근로자들에 집중해 지혜를 모을 때다. 언제까지 4월을 잔인하게 만들텐가.이정민 기자 ljm101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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