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영농 대비는 ‘적정한 물 관리’로부터

[아시아경제 노상래]김외출(한국농어촌공사 강진완도지사장)
소득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모두 다 돈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일정한 소득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에 걸맞게 지출을 하기 때문이다.예상치 않게 돈 쓸 일이 생겼을 때는 평소 저축을 하지 않는 사람은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반면 소득이 많지 않더라도 알뜰히 저축하고 씀씀이를 줄인 사람은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이를 보면 어느 가정의 돈 부족 여부는 소득 수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현명한 예측을 통한 지출의 씀씀이 그리고 저축량을 조절하는 대응 능력에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물 부족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강수량은 1274㎜로 세계 평균(973㎜)보다 많다. 하지만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다보니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이 1700㎥ 미만이 되어 ‘물 부족 국가군’에 속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수량이 적은 ‘물 기근 국가군’에 속한 이스라엘은 물 부족을 탓하기보다 물을 적게 쓰더라도 잘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물 부족을 수치화 해보자. 우리나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의 양은 1300억㎥에 달하는데 그 중 사용하는 양은 27%에 불과하고, 여름 한철에만 유용하게 활용되지 않고 약 400억㎥의 물이 바다에 그대로 버려진다.2020년 우리나라의 물 부족 예상량은 1년에 26억㎥으로 단지 버려지는 물의 6.5%가 모자란 셈이다. 홍수 때 팔당댐에서 초당 1만㎥씩 방류한다고 하면 하루에 8억6000만㎥을 버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3일만 잘 관리하면 해결되는 양이기도 하다.지난해 봄 사람들 사이에 ‘104년만의 가뭄’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심각한 봄 가뭄이 발생했었다. 평년의 경우 다우기에 해당하는 7월까지 불볕더위가 계속돼 대지가 타오르고 만물을 더 마르게 했던 1982년 당시의 가뭄 피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한국농어촌공사 및 관련기관이 항구적 가뭄대책(내용적 확대, 관정 개발, 용수로 구조물화)과 더불어 각종 양수 장비에 대한 사전 점검·정비를 실시하는 등 가뭄에 철저히 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가뭄 면적은 최고 19만7000㏊에 이르렀다.더욱이 우리 관내의 저수지의 수혜구역에 발생한 가뭄 피해는 더 심해 파종된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상·하류지역 농업인간의 물 분쟁까지 겹치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었다.공사에서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중장비를 동원해 보조수원을 마련하고 용수로를 정비하는 등 농경지 급수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전 직원은 비상근무조를 편성해 불철주야 가뭄 해갈에 매진했다.또한 행정기관에서는 보유 중인 양수기를 무상으로 농업인에게 대여했으며 농민들은 십시일반 용수를 아끼고 서로를 보살펴 가뭄 피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다. 농업인과 공사 그리고 관련기관의 공조가 이뤄낸 성과라 할 수 있다.이와 같이 공사, 행정기관, 농어민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물 관리 책임자’라는 깊은 자각을 마음에 새겨 물 절약을 실천하고, 기후 급변과 같은 기상여건 변화와 선례를 잘 고찰하여 선제적 대응력을 키운다면 반복적인 가뭄 피해의 아픔은 분명 우리들이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물 부족 국가라고 하면서 걱정만 하기보다는 열악한 자연조건 아래 수 천년을 잘 버텨온 선조들의 지혜를 보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모든 국민이 상호의존적 연대를 키워 물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예산의 적극투자로 낡은 수리시설을 개선해 낭비되는 물이 없도록 함으로써 올해도 풍년농사가 될 수 있도록 다함께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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