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큐레이터 맏언니 이지영씨[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겉은 무뚝뚝한데, 내부는 편안하죠? 아빠 같은 차예요." 6일 2013 서울모터쇼가 열린 일산 킨텍스 내 혼다 브랜드 부스, 빨간 재킷을 입은 큐레이터 이지영(36)씨가 능숙하게 혼다의 미니밴 오딧세이의 문을 여닫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 차는 크고 예쁘지 않다"며 가까이 오길 꺼려하는 어린이에게는 자동차 통합리모컨을 내밀며 "한번 눌러 볼래?"라고 말한다. 리모컨을 누르면 자동으로 옆문이 열리고, 이내 어린이들은 "이 차가 최고"라고 연신 환호성을 지른다. 아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이 씨만의 노하우 중 하나다.혼다가 올해 업계 최초로 배치한 큐레이터는 레이싱 모델 일변이었던 서울모터쇼에 충격을 안겼다. 각 차량별로 관람객들에게 전문적인 차량 소개를 전하는 큐레이터는 총 16명. 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큐레이터 중 맏언니가 바로 오딧세이를 담당한 이지영씨다. 웹 호스트로 일하고 있는 이 씨는 두 아이의 엄마기도 하다. 처음 합격 전화를 받은 후 이 씨가 한 말은 "정말 큐레이터로서 일할 수 있는 분을 찾으시는 군요"였다. 외모와 나이, 결혼유무 등을 따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과 달리, 혼다의 큐레이터 선발 1순위는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다. 단순히 차량 옆에 서서 달달 외운 재원을 읊는 것이 아니라, 이 차량의 전문가로서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것이다.이 씨는 "처음부터 오딧세이에 관심이 갔다. 가족들을 위한 차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보다 자신의 강점을 발휘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셈이다. 그는 "오딧세이는 세단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사람도 더 태우고 싶고 물건도 더 싣고 싶다는 욕심을 갖는다는 걸 알고 만든 차"라고 "겉은 무뚝뚝하지만 내부는 편안한 게, 꼭 아빠같다"고 정의했다. 모터쇼 한달여 전부터 오딧세이 공부에 몰두한 그는 혼다측에서 알려준 정보를 익히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타 브랜드의 라이벌 차량과 비교해서 궁금증을 갖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그는 직접 도요타 매장에 가서 시에나 상담도 받아보고 시승도 했다. 그는 "시에나가 예쁜 외관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성능면에서 오딧세이에 훨씬 만족했다"고 귀띔했다.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하는 게 체력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다양한 질문과 때때로 짖궂은 관람객들의 장난에 속이 상하기도 한다고.이 씨는 "시트를 접었다 펴는 동작만 하루에 700~800번하는 것 같다"며 파스로 도배된 손목을 내밀었다. 그는 "아가씨라고 부르며 함부로 반말로 말하는 관람객들을 만나면 속상하기도 하다"며 "큐레이터로서 자긍심을 갖고 차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데, '포즈나 취하라', '교육 좀 제대로 받아라'는 말을 들을 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오기도 생긴다"고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럴 때면 '대한만국 아줌마'들의 넉살을 발휘해 미소로 대응하곤 한다.혼다 부스 내 큐레이터들은 매일 한 차례씩 전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담당한 차를 설명하는 라이브쇼도 진행한다. 라이브쇼가 진행되는 4~5분은 그가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다. 이 씨는 "남편과 두 아이가 모터쇼에 왔는데 라이브쇼가 진행될 시간이었다"며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다"고 흐뭇함도 드러냈다.경영학부를 졸업한 이 씨는 단과학원 영어강사, 대학 강사, 뷰티미용업계 등을 거쳐 지금은 웹호스트로서 일하고 있다. 그는 "쇼호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두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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