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式 ‘기부채납 이양제’, 걸림돌 많다

“토지 효율성 높이자”, 뜻은 좋은데...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필요한 곳에 공원 등 공공시설을 짓도록 하는 '기부채납 이양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가 '기부채납 질적수준 제고 및 다양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재산권 침해나 공공의 역할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면적으로 적용할지 여부에 따라 향후 박원순식 정비사업 추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서울시가 기부채납 이양제를 들고나온 것은 공공시설 총량은 유지하되 토지이용의 효율성은 높이자는 취지다. 공원, 도로 등 기반시설이 소규모로 산재하는 것이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기보다는 범죄의 사각지대를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재산권 논란이 불거질 조짐이다. 인근 사업지로 기부채납 비율을 넘기는 방식은 자칫 재산권을 넘기는 차원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사업지 내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에 서울시는 2개 이상의 정비사업을 연동시켜 용적률과 기부채납 비율을 주고받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채납을 현금화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개발부담금과도 연결된 데다 법제화 과정도 쉽지 않아 배제하기로 했다.그렇다고 용적률과 기부채납 비율을 교환하는 방안이 마땅한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고받을 용적률과 기부채납 비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기준 마련이 어려워서다. 게다가 기부채납 이양을 위해 용적률을 주고받을 경우 서울시 전체 도시계획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예컨대 기부채납을 넘기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받게 되면 재건축 단지의 세대 수 과밀화에 따른 주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기부채납에 따른 공공시설이 들어설 지역에 주택이 들어서는 만큼 주거밀도가 높아지는 점도 마찬가지다.현재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는 서울지역 정비사업지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게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정비사업의 특성상 사업지별 상황에 맞는 탄력적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밝혔다.반면 서울시 내부에서는 이번을 계기로 지자체 등 공공의 역할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세원이 부족한 탓에 정비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도로나 공원마저 생겨나지 않는 구조여서 결국 공공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분석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양적으로만 이뤄졌던 기부채납이 질적 향상으로 전환되는 시점으로 일부에서 공공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개발주체에 미룬다는 지적도 있지만 개발 관계자들이 모든 과정에 책임을 지는 차원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기부채납을 담당해왔던 시행사나 시공사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공공시설이 소형화될 경우 다양한 방식의 개발에 제한이 됐기 때문이다. A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공공시설 기부채납의 경우 기여비율이나 그에 따른 인센티브 규정도 미비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사례가 많았다"며 "여기에 과도한 기부채납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관련 사항들을 지금이라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사 관계자 역시 "개발하는 차원에서 살펴보면 의무적으로 기부채납 공공시설을 지어야 할 공간이 다시 생긴 셈"이라며 "단지 구성이나 커뮤니티공간 배치에 있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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