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공약 가계부'를 내놨다. 대선 공약, 인수위원회 중점과제 등에서 제시한 국정과제의 추진에 필요한 재원이 얼마인지,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담아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공약이행에 소요되는 재원은 총 135조원 규모로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재원의 확보다. 관건은 공약가계부에 적어 놓은 구상이 과연 실천 가능한지 여부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밝힌 공약재원 확보 방안은 새로울 게 없다. 증세는 배제하고 올해부터 2017년까지 공약이행 소요 재원 135조원을 세입과 세출(40:60)로 나눠 확보한다는 것이다. 대선공약집 내용 그대로다. 세금은 53조원을 더 걷고, 세출을 아껴 82조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계산은 맞춰놓았지만 수십조원의 세입ㆍ세출을 칼로 자르듯 나눠 늘리고 줄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세입 증대는 비과세ㆍ감면을 줄이거나 없애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는 두 가지 수단이 핵심이다. 역대 정부에서 세수 확보책으로 늘 강조했던 내용이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비과세ㆍ감면만 해도 수혜자들의 저항과 정치권의 반대로 중도에서 무산된 경우가 더 많았다. 의지를 불태운다고 해서 실적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매년 6조원 수준의 세금을 추징하겠다며 전면전을 선언한 지하경제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돈 있는 계층의 재산도피나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 기업형 탈세와 같은 큰 뿌리를 얼마나 확실하게 뽑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끈질긴 의지와 전문 인력, 재기불능의 타격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징벌적 처벌 제도가 필요하다. 세수 증대책과 달리 세출 절감안은 구체성이 없다. 다음 달 재정전략회의에서 유사ㆍ중복사업의 통폐합, 정부ㆍ민간부분의 역할 조정 등을 골격으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도다. 그런 두루뭉술한 방식으로 82조원 확보가 가능할지, 복지증대가 다른 부분의 타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렵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3%로 예상했고 세금은 덜 걷힌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억지로 맞춰놓은 듯한 135조원의 '공약가계부 퍼즐'에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다. 보다 선명한 실천적 대안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